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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 커다란 섬광이 일었다.
지름 20m의 이 운석은 20km/s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 뒤 27km상공에서 폭발,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한화 기준 약 35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약 500kt의 폭발력을 낸 이 운석은 유튜브를 통해 생생한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다음해 소치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에 이 운석을 넣은 건 유명한 이야기.
하지만 이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고 16시간이 지난 뒤,
지름 45m의 소행성 2012DA14가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소행성과 지구의 최근접거리는 3만km,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약 1/10이며, 심지어 정지 궤도 위성보다도 가까운 거리다.
운석 충돌, 확률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
나사(NASA)는 먼 과거, 운석이 생물 대 멸종을 일으켰듯
미래에도 운석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 확률보다는 언제 충돌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일어날 재앙은 아니지만, 인류가 맞이할 수 있는 위협 중에선 가장 강력한 대재앙임에는 틀림없다.
지구에는 하루에도 수천개의 돌덩이들이 쏟아지지만
그 중 극히 일부만이 지구의 대기를 뚫고 날아와 운석이 된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지름이 수cm에서 수km까지 매우 다양.
작은 운석은 신기한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수십 수백m짜리 운석은 재앙이 된다.
과학자들은 지름 1km급 운석은 50만년에 한 번, 지름 5km급 운석은 1천만년에 한 번 꼴로
지구를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1908년 6월 일어났던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
원인은 미스테리였지만, 최근 조사에서 소행성 파편을 발견함에 따라
소행성의 공중 폭발이 원인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음.
참고로 영국 사우샘프터대학 피터 앳킨슨 교수팀은
100년 이내에 소행성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 1위로 중국, 17위로 한국을 꼽았다.
지구 최후의 날을 막아라
한때 미국이 구상했던 소행성 방어 프로젝트.
예산 문제로 취소됐다고 알려졌으나, 지금은 다른 형태의 소행성 방어 프로젝트를 계획중.
이에 대비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연합,
지구 근접 천체를 관측, 감시, 추적하기 시작했다.
나사는 1998년부터 지구 근접 천체(NEO)를 추적하기 시작,
최근엔 지름이 km단위인 NEO를 90%가량 발견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국제소행성센터(MPC)는
전 세계 관측 자료를 수집, 분석해 소행성의 정밀 궤도를 계산하는 허브 역할을 맡았다.
2009년 말에는 광역적외선우주탐사선(WISE)이 발사,
NEO에 대한 정밀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3년에는 캐나다우주국이 지구 근접 천체 탐사 위성(NEOSsat)을 발사했다.
2015년 6월 30일, 세계는 소행성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퉁구스카 대폭발이 일어났던 이 날을 '소행성의 날'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하와이대학 천문연구소에서 '소행성 충돌 경보시스템(ATLAS)'를 가동,
두 개의 관측 시설로 하늘 전체를 감시하고, 떨어지는 유성체를 미리 예고할 수 있게 된다.
한국도 우주 방어 계획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딥 사우스(DEEP South) 프로젝트를 가동,
칠레, 호주, 남아공에 설치된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을 통해 24시간 하늘을 감시할 계획이며,
현재 시험 가동중에 있다.
문제는 예측만 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모르는 상태에서 운석에 얻어맞는 것과 아는 상태에서 운석에 얻어맞는 차이일 뿐,
결국 본격적인 운석 방어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운석에 얻어맞는 것은 똑같다.
운석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
* 핵 심기 / 핵미사일 폭격
영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 성님이 즐겨 쓰는 방법.
온갖 우주 재난 영화에 힙입어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생각이자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위험한 방법.
소행성은 의외로 엄청 튼튼한 놈이라 이것을 박살내려면 몇 개의 핵폭탄이 필요한지 알 수 없으며
커다란 한 개 → 수많은 운석 쪼가리 + 방사능의 융단 폭격이 되는 셈이라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서나 가능.
* 태양풍 돛
사실 태양계는 그 전체가 태양의 대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태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태양은 온갖 입자들로 이뤄진 태양풍을 내뿜는데,
소행성에 돛을 설치하면 이 태양풍 따라 날아가버린다는 아이디어.
참고로 태양풍 돛은 '우주 범선' 등 실제 우주선 건조에 쓰일 수 있는 기술로 연구되고 있다.
* 운석 표면 기화
레이저 혹은 태양열을 이용해 소행성 표면에 쏘는 수법이다.
소행성이나 혜성엔 단단한 암석뿐만 아니라 얼음 성분도 많은데
이것이 녹아 사라지면 소행성의 질량이 변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방향도 바뀔 거라는 내용.
* 우주선 충돌
우주선을 냅다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
작은 우주선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살짝 바꾸는 것이다.
바뀌는 궤도는 미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커져 지구를 비껴간다는 것.
소행성을 일찍 발견하여 충돌 수 년 전에 대처할 수만 있다면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연구되는 방법들도 이 방법, 혹은 이와 비슷한 방법들이다.
2005년 딥 임팩트 호가 템펠-1 혜성을 대상으로 한 충돌 실험에 성공하면서 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온갖 가능성과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이제부터는
실제로 근미래에 개발될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프로젝트 센티넬(Project Sentinel)
우주에서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
프로젝트 센티넬은 민간 단체인 'B612 재단'에서 계획중인 소행성 탐지 프로젝트다.
현재 연구중인 운석 방어 기술은 대부분이 소행성의 궤도를 살짝 트는 방법들.
궤도가 살짝만 바뀌어도 나중에는 그 차이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지만
일단 지구에 충돌할 소행성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야 의미가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
센티넬 탐사선은 NEO만을 탐사하기 위한 전용 탐사선으로,
금성 궤도를 따라 지구에서는 관측하기 힘든 곳을 탐사하며
140m급 NEO를 검출해 6년간 100만개의 소행성을 탐사해 지도를 만들며
유사시엔 직접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볼 에어로 스페이스'사에서 로켓을 만들고 있으며,
2019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긴 한데, 자금 확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듯.
프로젝트 돈키호테(Project Don Quixote)
풍차를 향했던 돈키호테의 무모한 돌진이 이제 우주로 향한다.
프로젝트 돈키호테는 유럽우주기구(ESA)에서 작성한 소행성 궤도 변경 계획이다.
소행성에 직접 충돌시킬 '이달고', 그 장면을 관측할 '산초'로 이루어진
2개의 우주선을 이용해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임무를 위해 유럽우주기구는 'AIDA'로 명명된 국제적 팀을 조성했으며
각각 지름 800m, 지름 105m인 돌덩이 2개로 된 이중소행성 디디모스(Didymos)를 목표로 삼았다.
디디모스는 2022년 지구에 1100만km까지 접근하는데,
이 때 이달고를 6km/s가 넘는 속도로 들이받게 할 예정.
과거 템펠-1의 혜성 충돌 계획(딥 임팩트 프로젝트)을 성공시킨 바 있기 때문에
들이박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
최종 목표는 소행성의 속력을 수mm/s만큼 증가시키는 것으로,
이 정도면 유사시 소행성을 지구와 비껴가게 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한다
프로젝트 '시시포스의 승리'(Project Sisyphus Victorious)
신을 기만한 죄로 영원히 바위를 들어올려야 했던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21세기의 시시포스는 이제 우주 속 바위를 들어올린다.
꽤 작은 크기의 소행성이라면 직접 잡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미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우리의 우주똑똑이 집단 나사.
나사가 구상한 소행성 포획 장치. 이렇게 잡은 소행성을
지구와 달의 라그랑주점(지구, 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보관한다는 계획.
이 미친 계획을 위한 포획 장치는 이미 개발되어 있으며,
포획한 소행성을 운반할 이온 로켓도 개발중이라고.
한편 이 소행성 포획 계획은 민간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나사는 우주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직접 주최한 2014 NIAC의 우승자로
'테더스 언리미티드(Tehters Unlimited)'사의 소행성 포집 장치를 선정했다.
그물로 소행성을 잡아 속력을 감소시키고 회전을 줄인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한 똑똑이들에게 나사는 상금 1억원 + 5억원의 연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의외로 소행성을 잡는 게 소행성에 착륙하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다는데,
소행성의 자전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존나 병신 같은 이 계획은 사실 소행성 방어 뿐만 아니라
소행성 탐사, 우주쓰레기 제거 등 다양한 분야에 쓸 만한 유용한 계획이다.
과학자들이 미친 생각을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행성 방향전환 미션(Asteroid Redirect Mission: ARM)
위에서 설명한 소행성 포획 계획과도 통하는 계획.
솔직히 지름이 수백 미터 단위를 넘어가는 소행성을 잡는 건 무모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포획한 소행성의 충분한 질량을 이용해, 더 큰 소행성을 막아낸다는 계획.
급하다면 포획한 놈을 포켓몬 몸통박치기마냥 던져도 되지만,
나사에서 연구중인 방법은 좀 색다르다.
바로 소행성을 소행성의 중력으로 견인하는 방법.
우주선이 작은 소행성을 들고 큰 놈 앞에서 성가시게 굴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따라 조금씩 이동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말이 되는 계획인가 싶지만
이미 나사는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상태다.
지름 540m짜리 소행성 '이토가와'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지름 3m짜리 돌을 들고 왔다갔다하자 60일만에 이토가와가 기존 궤도를 이탈했다!
이를 이용해 나사는 굳이 멀리서 돌 조각을 구해 올 거 없이, 소행성에서 한 조각 떼다가
그걸로 유인하자는 플랜 B를 계획했다.
2020년경에 이토가와나 베누, 2008 EV5같은 커다란 소행성을 대상으로
플랜 B를 테스트할 계획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