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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장에서 기둥에 가려진 구석진 좌석은 추천하지 않는 자리다. 무대 위 소리가 기둥에 가로막히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런 불편함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음향 투명망토를 기둥에 씌우기만 하면 기둥이 없는 것처럼 소리가 퍼져 나갈 수 있다. 음향 투명망토를 구현해낸 기술이 바로 ‘만능형 메타물질’이다. 



메타물질이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질로 굴절값·밀도값·탄성률 등이 음(-)인 특성을 가진다. 빛·전자파·음파 등 파동 에너지를 제어하기 때문에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숨길 수도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1세기 10대 과학적 성과로 메타물질을 활용한 렌즈를 꼽을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문제는 기존 기술로는 원하는 방식으로 특이한 성질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메타물질로 은폐하거나 차단하려는 물질의 모양이나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 기술 적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다양한 모양의 사물에 씌우면 투명망토의 기능이 유지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탄성값과 밀도 등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메타원자’를 제작해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밀도나 탄성값 등을 하나씩 조절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결과를 위해 밀도와 탄성값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방식은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어디까지 원자들을 ‘튜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 원하는 결과를 위해 어떤 구조, 어떤 값을 가져야 할지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규칙 없이 무질서하게 파동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다. 이 원리를 메타물질에 적용하면 메타물질의 복잡한 구조에서도 질서를 찾아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지역에만 설립할 수 있었던 조력발전소가 대표적이다. 메타물질을 통해 잔잔한 파도를 한군데로 몰아 낙차를 크게 만든 후 터빈을 돌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해변에서도 조력발전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b처럼 메타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는 상황에서는 왼쪽에서 빨간색 파동이 들어오면 반대쪽으로 파동이 무질서하게 전파됐다. 이번에 박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d처럼 무질서한 메타원자 사이의 간격에 변화를 줘 원하는 모양대로 파동을 전파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조수 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해안가에서도 조력발전이 가능해진다.


배율이 높아져도 굴곡이 생기지 않는 고배율 광학렌즈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에 카메라나 현미경 등에 사용되는 렌즈는 배율이 높을수록 굴곡이 심해져 왜곡이 발생했다. 잠수함에 음향 투명망토를 덧입히면 위치파악이 불가능한 ‘스텔스형’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이 만능형 메타물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빌게이츠는 메타물질 기술을 적용한 소형 안테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키메타(Kymeta)’에 직접 투자했다. 키메타는 게이츠를 포함해 여러 투자자로부터 1억2,000만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전파 간섭을 막는 메타물질을 기반으로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다. 이동 차량이나 선박·비행기 등에 이 안테나를 설치하면 승객들은 끊김 없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삼성 등 다국적기업에 소송을 걸어 특허료를 챙기는 글로벌 특허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가 전 세계 메타물질 특허의 60%를 확보하고 있을 정도라 하니 그 시장성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메타물질에 기반을 둔 시장은 신성장 산업이 탄생할 ‘블루오션’이다. 시장조사 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물질 응용시장은 2011년 2억5,610만달러에서 2016년 7억5,870만달러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오는 2021년에는 약 1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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