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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태양계의 9번째 행성

과정 2017. 3. 13. 21:54


불과 300년 전만 하더라도 태양계는 수, 금, 지, 화, 목, 토 이렇게 여섯 개의 행성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라고 굳게 믿어져왔어.

하지만 1781년 천왕성의 발견을 시작으로 해왕성, 그리고 20세기 초에는 9번째 행성인 명왕성이 발견되었지. 이렇게 태양계는 9개의 행성을 거느린 커다란 시스템으로 생각되어져 왔으나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06년, 국제 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의 행성의 지위를 박탈하고 왜소행성으로 공식적으로 선언하게 되었지. 


그 후로 9번째 행성의 후보가 여럿 거론되어 왔으나 아직까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있어. 


하지만 최근 2014년부터 몇몇 천문학자들은 해왕성 바깥 수백AU(1AU = 태양과 지구사이 거리)부근에서 9번째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거듭 주장하기에 이르러. 지금부터 PLANET 9 이라 불리우는 이 논쟁에 대해 알아보자.




최초의 9번째 행성은 천문학에 관심없는 일게이라도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명왕성이야. 20세기 초 명왕성을 발견한 미국은 흥분의 도가니 속에 갇혀있었어.


자신들이 발견한 최초의 행성이니깐. 


하지만 관측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명왕성의 질량, 반지름, 밀도, 대기성분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녀석을 과연 행성으로 인정을 해야하는지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이 시작되기에 이르러. 얼핏 봐도 해왕성까진 덩치도 엄청크고 대기도 수천km두께에 이르는 반면 명왕성은 달보다도 조그만 녀석에 


밀도도 물과 비슷하며 무엇보다도 목성형행성이 아니라 발 디딜 땅이 있는 지구형행성이거든.


게다가 목성의 4대위성, 토성의 타이탄, 해왕성의 트리톤보다 작은 녀석이며(물론 달보다도 작음) 공전궤도면도 다른 8개의 행성과는 달리 엄청나게 기울어져 있었어.



결국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이러한 이유들을 들어 명왕성의 행성의 지위를 박탈하게 되었고, 결국 태양계는 8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버렸어. 


위의 나열된 근거로도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에서 박탈될 조건은 충분했지만, 천문학자들의 마지막 희망에 쐐기를 박은 사건은 따로있었지.



명왕성이 퇴출되기 3년 전인 2003년 12월, 국제천문학자 팀은 명왕성 바깥에서 수상한 천체를 발견했는데, 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한 결과,


이 천체는 태양과 해왕성 사이의 거리인 30AU보다 3배나 먼 86AU지점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었어.


특이한 점은 이 천체의 스펙트럼을 관측한 결과 붉은 빛을 도는 물질이 많이 보였으며, 이는 메탄을 비롯한 각종 유기물이 풍부하다는 증거였지.


천문학자들은 이누이트 신화에서 등장하는 바다의 신 이름을 본따 이 행성의 이름을 세드나(Sedna)라고 지었어. 



세드나가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녀석의 공식적인 크기가 나왔는데, 초기 계산에서는 명왕성보다 더 크게 나왔어. 대략 달과 비슷한 크기였지.


바로 이 결과가 명왕성을 퇴출해야하는 직접적인 이유였어. 만약 명왕성을 9번째 행성으로 인정해버리면 세드나는 10번째 행성이 되어야 해.


그렇게 되면 너무 복잡하니깐 아예 해왕성에서 컷을 해버리는게 그들 입장에서는 깔끔하고 좋았던거야.


어쨋든 세드나를 비롯한 여러 천체들의 발견으로 명왕성은 결국 2006년에 퇴출됐는데, 나중에 밝혀진 자료로는 세드나의 직경이 명왕성보다 살짝 작았다고 해.



천문학자들은 보다 심층적인 계산을 통해 세드나가 엄청난 이심률을 가진 채로 태양을 공전하는 것을 밝혀냈는데,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 대략 76AU, 원일점(태양과 가장 먼 지점)이 무려 960AU나 됐었어. 


이밖에도 마케마케 등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작은 여러 소천체들이 이 지점에서 대거 발견됐는데, 천문학자들은 이들을 TNOs라고 부르기로 했어.


TNO는 Trans-Neptunian Object로, 해왕성 바깥에 존재하는 소천체들을 일컬으며, 이 소천체들이 위치해있는 영역은 일게이들이 잘 알다시피


카이퍼 벨트(Kuiper Belt)야.




또다른 9번째 행성의 후보로 거론됐던 천체는 미지의 행성 티케(Tyche)야. 티케 모델은 1999년 처음 제안됐는데, 당시 혜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떨어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모델이라고 해. 혜성은 분명 혜성의 고향인 오르트 구름에서 기원하는 것 같은데 멀쩡히 잘 돌던 녀석이


무슨 이유로 태양쪽으로 운지하는걸까? 천문학자들은 오르트 구름 근처에 커다란 천체가 존재해 혜성의 궤도를 일그러뜨려 태양쪽으로 운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티케 모델을 세우게 됐지.




당시 천문학자들은 티케가 대략 1만5천AU, 즉 오르트 구름의 1/3 지점에 위치하리라고 봤는데, 이 지점에 티케가 만약 존재한다면


티케라는 행성의 1년은 무려 180만년이 된다고 해.


천문학자들은 1년에 혜성이 얼마나 태양으로 운지하는지를 측정한 후, 이 정도의 혜성이 운지하려면 티케가 얼마나 커야하는지를 계산했어.


그 결과는 목성의 4배나 되는 엄청나게 큰 값이었는데, 이는 거의 갈색왜성 수준이지.




갈색왜성은 태양이 되지 못한 천체인데, 목성질량의 10배부터 80배 사이의 천체를 일컬어. 보통 태양질량의 8퍼센트 미만인 천체는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핵융합을 일으키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빛을 내지 않고 갈색왜성이 돼. 때문에 갈색왜성은 엄청나게 어두워. 하지만 내부의 열에너지 덕분에


표면온도는 대략 1천도까지 오를 수 있는데, 이정도면 적외선 카메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야. 




그래서 2009년, 나사는 야심차게 준비한 WISE 인공위성을 띄우게 돼. 이 인공위성은 적외선 탐지기를 달고있어서 이 망원경으로 수년에 걸쳐


우주 전역을 관측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아까 위에서 갈색왜성이 적외선을 내뿜는다고 했지? WISE는 적외선 카메라를 갖고있었기 때문에


갈색왜성 전문사냥꾼으로 급부상했어. 


그렇게 WISE는 2014년까지 관측을 수행하였으나 태양계 내부인 50000AU에서는 그 어떠한 적외선 신호를 감지할 수 없었다고해.  


그래서 티케 모델은 사그라들게 되었지.




이렇게 태양계 9번째 행성에 대한 논쟁이 사그라드나 싶더니, 지난 2014년 소수의 천문학자들이 그동안 관측한 TNOs의 궤도를 분석하여


다시금 9번째 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게 돼. 




비록 그들이 이 행성을 직접적으로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최근 관측된 TNO들의 궤도가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것으로 보아 이는 분명


이 근처에 어떠한 천체가 강한 중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거지. 이러한 현상은 목성과 소행성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목성에 가까운 몇몇 소행성 그룹은 궤도이심률이 매우 큰상태로 공전하고 있는데(빨간 점들),

이 찌그러진 상태가 목성이 공전하면서 계속 바뀌는 특이한 케이스야.


그들은 이런 식으로 발견된 여러 개의 천체들이(근처에 이러한 행성이 없다면)이처럼 한쪽으로 매우 찌그러진 타원궤도를 갖고 있을 확률은 


불과 0.007%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면, 태양과 해왕성 사이의 거리의 20배나 되는 지점에 지구의 1~10배가량 되는 거대한 천체가 있게 돼.



최근 밝혀진 데이터에 따르면 이 모델은 현재 태양계에서 해결이 되지 않은 몇몇 문제,

가령 8개의 행성의 공전궤도면이 왜 태양의 적도에 정확히 위치하지 


않고 최대 6도까지 차이나는 것일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서 천문학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그들은 이 천체의 질량이 지구의 10배 수준으로 아주 무겁기 때문에 이 천체가 태양계의 일생에 걸쳐 이 행성들의 공전궤도면을 조금씩 변화시켜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물론 이렇게 이론을 세워봤자 관측이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건 사실이야. 보는것이 믿는것이다(Seeing is believeing)이라는 말은 천문학에서는 


거의 진리인 셈이지. 이 천체가 위치한 부근은 현존하는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매우 힘든 지점이야. 우리로부터 100억광년 이상 별은 관측하지만


정작 태양계 외곽인 수백AU 지점은 관측못한다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그게 현실이지.(물론 관측 대상이 다른게 이유지만)


과학자들은 앞으로 발사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더 강력한 망원경이 올라가면 그때서야 관측이 가능해질 거라고 보고 있어.


지난 10월 천문학자들이 새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이 천체는 우리로부터 약 600AU 떨어진 지점에서

약 2만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할 것이라고 보고있어.


범위를 그나마 좁혀서 다행이지만 아직 이 지점에서의 관측은 많이 힘든게 현실이야.


내후년에 발사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 9번째 행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기대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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