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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노화를 촉진하는 번식

과정 2017. 3. 19. 09:03


모든 생명체는 번식을 한다.

이 번식이라는 행위가 생명체에 부담을 주게 되어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아닐까?

 

단풍국 토론토 대학교의 페넬로페 고튼 박사가 흥미로운 실험을 제안했다.

 

소금쟁이는 배가 부르면 알을 낳는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먹이가 풍부하지 않으면 알을 많이 낳지 않는다.

 

고튼박사는 소금쟁이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한 소금쟁이 집단에게는 먹이를 풍부히 제공하고 (알을 많이 낳도록 유도하고)

다른 소금쟁이 집단에게는 먹이를 적게 지급했다 (알을 적게 낳도록 유도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하루에 알을 3개 낳은 소금쟁이는 알을 7개 낳은 소금쟁이보다

약 30일이나 더 오래 살았다.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에는 지구 곳곳의 출생률을 비교했다.

인간의 경우, 여자는 10달의 임신기간을 거친다.

 

따라서 번식에 있어서 남자보다 여자의 신체적 부담이 더 크다.

 

만일 번식에 의한 신체적 부담이 노화를 촉진시킨다면,

출생률이 높은 지역일 수록 여자의 수명이 더 짧을 것이다

 

예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출생률이 2.0에 가까운 사회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약 2년정도 더 오래 살았다.

하지만 출생률이 0.5인 사회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약 6년의 시간을 더 오래 살았다.

 

결론: 자손 번식은 우리 몸에 부담을 주는 행위이며

따라서 번식을 많이 할 수록 수명은 짧아진다.

 

1일 1딸을 끊고 오래오래 장수해보자.

 

하지만 노화가 과연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일까?

 

만약 이세상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일까?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자연선택 설이란,

 

 만약 어떤 집단에 A와 a의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있는데

 

A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a 유전자를 가진 개체보다 더 환경에 적합하다면,

 

a 유전자의 개체는 도태될 것이고 A 유전자의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가설!

 

그럼 더더욱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도태돼서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와, 노화하지 않는 유전자가 있다면

 

당연히 노화하지 않는 유전자가 경쟁에서 승리하지 않겠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만약

[개체가 젊었을 때는 유리하게 작용하다가

늙은 이후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 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젊었을 때 다른 개체들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해서 자손을 많이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개체는 늙은 이후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하는 유전자 때문에

노화를 겪게 되고 각종 질병을 겪게 돼서 수명이 짧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젊었을 시절에 폭풍섹스를 통해 애새끼를 많이 깠을 것이므로

이 유전자는 도태되지 않고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윌리암스 교수는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초파리를 2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N(Natural 자연번식) 그룹과 O (Old-age 늙어서번식) 그룹.

 

자연번식 N 그룹의 초파리들에게는 정확히 14일째 되는 날에 낳은 알만 채집하고,

틀딱번식 O 그룹의 초파리들로부터는 정확히 28일째 되는 날에 낳은 알만 채집했다.

 

그리고 그 알로 다음 세대의 초파리를 양식하고,

 

그 다음세대의 초파리에게도 똑같이 N 그룹은 14일째 낳은 알, O 그룹은 28일째 낳은 알만 모았다.

 

이걸 초파리 10세대간 반복했다.

 

이론적으로라면,

 

O 그룹 안에 있던 초파리들 중,

오래 살지 못하는 초파리 (= 노화 유전자가 많은 초파리)들은 자연히 28일이 되기 전에 뒤질 것이므로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전해주지 못 했을 것이다.

 

즉 10세대가 지난 이후 N 그룹에는 노화 유전자가 포함된 개체가 있겠지만

O 그룹에는 노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훨씬 적을 것이다!

(노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28일이 되기 전 모두 뒤졌을 것이므로)

 

10세대가 지난 이후, 암컷, 수컷 초파리 모두에게서 뚜렷한 수명 변화가 일어났다.

 

이론에서 예측한 대로 10세대가 지나자 O그룹 (틀딱번식)의 초파리들이 N 그룹 (자연번식)의 초파리들보다

더 오래 살았음이 관찰되었다.

 

초파리의 유전자들 중 어떤 유전자 (혹은 어떤 유전자들)가 노화에 관여한다는 증거이며,

O 그룹의 초파리들에게는 이 노화 유전자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다!

 

노화 유전자를 적게 가지고 있는 O 그룹 (늙어서번식)의 초파리들은

젊었을 때 번식력이 오히려 더 떨어진다!

 

다시 말해, N 그룹에는 존재하고 O 그룹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유전자]가

 

젊은 초파리의 번식을 유리하게 돕지만

초파리가 늙고 난 이후에는 빨리 뒤지게 만든다는 것.

 

그야말로 윌리암스 박사가 주장했던

[개체가 젊었을 때는 유리하게 작용하다가

늙은 이후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 가 실험에서 관찰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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