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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으로 뭘 먹다보면 병균이나 기생충에 감염될 수가 있다. 감염 이후는 감기처럼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
우주에는 그런 감염 사례가 없을까?
있다.
환자는 별이다.
우선 별의 진화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 춥고 넓은 성운 속에서 만들어진 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소 핵융합을 통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렇게 방출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빛의 형태인데, 양이 워낙 많은지라 별의 중력에 의해 수축되지 않도록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별 내부의 기체압과 함께 빛방출에 의한 압력, 광압을 형성한다. 이렇게 해서 성운에서 만들어진 별은 전체적으로 크기나 모양새가 변하지 않는, 역학적으로 말하면 정역학적 평형을 이룬 물체가 된다. 항성물리학에서 이런 별을 주계열성(main-sequence star)이라고 하는데, 이 때 별들은 질량에 따라서 크기나 색깔(온도)이 다르다. 별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일반적으로 크고 색깔은 푸르다.
태양처럼 비교적 가벼운 별은 생략하고, 무거운 별에서 중심핵 부분의 수소가 고갈되어 수소핵융합이 중단될 쯤이면 방출에너지도 감소하게 될 추세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정역학적 평형이 무너지면서 별의 내부는 수축하게 된다. 내부가 수축하면서 점차 뜨거워지면서 수소가 고갈되고 헬륨 잿더미만 남은 중심핵을 덮는 수소 껍질층에서 수소핵융합이 발생할 정도의 충분한 압력과 열이 발생해서 다시 별의 수소핵융합이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헬륨 중심핵에서는 질량이 작은 별처럼 폭발적인 헬륨핵융합이 아니라 (무거운 별의 입장에서)부드러운 헬륨핵융합이 일어난다. 이렇게 정역학적 평형을 유지했던 주계열 단계가 끝나고 초거성(supergiant star) 단계가 시작된다.
중심핵의 수소 고갈로 인한 광압의 감소로 주계열 단계가 끝나면서 무너졌던 정역학적 평형은 광압이 다시 충당된다고 해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전보다 더 밝아지면서 광압이 필요 이상으로 충당되거나 과열된 내부에서 들끓는 기체의 압력으로 인해 별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거성은 주계열성일 때보다 크기가 더 커진다. 크기는 더 커지지만 밝기의 변화는 전에 비해서 그닥 없기 때문에 복사체의 밝기는 온도의 네제곱과 표면적에 비례한다는 슈테판-볼츠만 법칙에 따라 초거성은 주계열성일 때보다 온도가 낮아(붉은색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보통 태양보다 수백 배 이상 커지는 초거성들은 붉은 초거성이 된다.
무거운 별이 진화해서 만들어진 초거성은 가벼운 별들과는 달리 헬륨으로 탄소와 산소를 만든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무거운 원소들은 별 내부의 중력에 의해 질량에 따라 중심핵에 침전된다. 대략적으로 이때 쯤이 되면, 중심핵에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별의 중심핵이 너무 조밀하기 때문에 중심핵을 이루는 원자핵들의 전자궤도가 꽉차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자핵에 포획되지 못한 자유전자들은 그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 같은 궤도를 공유할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라 궤도에 자리잡은 전자가 반발하여 자유전자를 밀쳐내기 때문이다. 이런 반발력을 축퇴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자유전자에 작용하는 힘은 그런 양자역학적 압력 외에도 중심핵 자체의 중력이 있다. 그래서 자유전자는 중심핵의 중력과 전자의 양자역학적 반발로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런 기작을 통해 중심핵은 더 이상 자체의 중력에 의해 수축하지 않는 정역학적 평형 상태가 된다. 그러나 외부 껍질에서는 여전히 핵융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질들이 중심핵으로 침전된다. 중심핵의 질량이 늘어나면서 중심핵의 중력 또한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일정 질량을 넘어선 중심핵은 무너져 내리게 된다.
중심핵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면서 대량의 초고에너지 감마선이 발생한다. 감마선은 중심핵의 대부분을 이루는 철의 원자핵을 파괴한다. 거기서 튀어나온 대량의 (알파입자의)양성자가 초고에너지 전자를 포획하면서 중성자가 된다. 대량의 중성자가 만들어지면서 대량의 양전자와 중성미자가 만들어진다. 그 중 중성미자는 더미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 혼란스러운 중심핵 밖을 먼저 탈출한다. 그리고 중성자는 전자처럼 서로 간의 반발로 인한 축퇴압으로 무너져 내리는 중심핵을 지탱한다. 이렇게 지탱된 중심핵은 반경 십수 킬로미터의 물체가 된다. 이것이 대부분이 중성자로 이루어진 중성자별(neutron star)이다.
중성자와 같이 만들어진 중성미자는 단 일부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모두 탈출한다. 중심핵에서 만들어진 중성자별에 초고속으로 부딛히는 바깥층은 그 충격으로 인해 감마선을 방출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뜨겁게 가열되며 튀어올라 충격파를 일으킨다. 그리고 충격파는 별의 외피층을 찢어버린다.
폭발로 방출된 외피층은 빠른 속도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면서 기존의 초거성이 꾸준히 방출하였던 주위의 물질층을 박살내버린다. 박살난 물질층(사진의 고리모양)은 외피층과 충돌로 어마어마하게 가열되면서 엑스선과 감마선을 방출한다. 먼저 탈출했던 중성미자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가까운 곳에서는 늦게 탈출한 빛보다 더 빠르게 도착한다.
모든 과정을 통해서 태양이 일생 동안 방출할 에너지가 단 수개월 만에 방출되는데, 이 현상이 초신성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환자는 초신성이 아니라 별이다. 질량이 각자 다르면서 서로 아주 가까이 도는 쌍성이 있다고 생각하자. 둘 중 하나는 이미 초거성이고, 하나는 주계열성이다.
수명이 짧은 질량이 더 큰 짝별이 먼저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중성자별이 된다.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가 구형 대칭으로 퍼져나가지 않아 짝별이 초신성 폭발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때 초신성에서 방출되는 큰 운동량인 펄서킥(pulsar kick)에 중성자별이나 아직 주계열성인 짝별이 맞아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지 않는다면, 폭발하기 전처럼 두 별은 비슷한 거리에서 공전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은 짝별이 적색거성이나 적색초거성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아주 가까운 거리로 인해 거성이 부풀어오르면서 중성자별인 짝별을 집어삼키게 된다.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은 중성자별이 거성의 외피층에 들어서면서 부터 받는 (주로 마찰?)항력으로 인해 거성의 내부에 있는 서로의 질량중심(무게중심)으로 가라 앉게 되면서 궤도가 서서히 붕괴한다.
얼마 후 중성자별은 거성의 중심핵 속에 쏙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거성의 중심핵을 잡아먹는다. 이때부터 거성의 중심핵의 역할은 중성자별이 맡게 된다. 사실상 둘은 하나가 된 셈이다. 이 천체는 손-지트코프 천체(Thorne-Zytkow object)라고 불린다.
요즘에 인터스텔라로 대한민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킵 손과 안나 지트코프(Anna N. Zytkow)가 1977년에 공동 연구를 해서 밝혀낸 가설상의 천체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을 따서 손-지트코프 천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론상으로 손-지트코프 천체는 겉보기에 중성자별을 삼킨 적색거성이나 적색초거성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화학적 조성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초거성에서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흔치 않지만, 중성자별을 삼킨 초거성에서는 루비듐이나 몰리브데넘, 덤으로 리튬 같은 희귀한 원소들이 비교적 많다. 그 이유는 초신성이나 중성자별과 초거성 내부의 물질이 빠르게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핵융합 때문이다.
손-지트코프 천체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그 존재가 완전히 확인된 바는 없지만, 2014년에 유력 후보가 발견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천체의 미래에 관해서 설명하자면, 중심핵이 된 중성자별 바깥의 층은 중성자별의 중력에 의해 계속해서 중성자별의 표면으로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빛과 핵융합이 거성을 비교적 안정적이게 유지한다. 그렇지만 거성의 내부는 여전히 점점 중성자별에 파먹히고 있다. 최종적으로 중성자별은 거성을 잡아먹게 될 것이다. 별의 질량 뿐만 아니라 운동량(속도)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된다.
만약 중성자별을 삼킨 별이 무거운 초거성이라면 중성자별은 초거성의 내부를 갉아먹다가 일정 질량이 되면 중성자 축퇴압마저 중성자별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에 다시 무너진다. 대신에 이번에는 초신성이 아니라 끊임 없이 특이점으로 붕괴하는 블랙홀이 된다. 그리고 블랙홀은 이전처럼 서서히 초거성을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