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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질문을 하나 해볼게. 효모와 사람, 이 두 생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대답은 수없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야. 인간은 유성생식을 한다느니, 효모는 피아제를 찰 수 없다느니, 뭐 헤아릴 수 없는 답이 있지.

그러나 여기서 내가 내고 싶은 답은 이거지.


효모는 세포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하나가 하나의 생물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다른 어떤 차이보다도 도드라지지. 사람은 먹고, 싸고, 섹스하는 것을 하는 기관들이 모두, 독립된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마다 그 작업에만 완전 특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적혈구는 세포핵조차 없고,




오징어 뉴런은 엄청나게 굵고 길며, (눈에 보일 정도로 큼)



타조알(처음 낳았을 때는 한 개의 세포임)은 어린이 머리통만하지.


그리고 알다시피 이들은 다른 세포가 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일을 하지. 심장 세포가 타조 새끼로 변신할 수도 없고, 일게이들 정자가 뉴런처럼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통할 수도 없어.


심지어 번식할 때조차,



사람은 '두 개의 세포를 결합시켜서' 번식을 시작하고,




효모는 '한 개의 세포를 두 개로 만들어서' 번식을 한다.


뭐 굳이 더 예를 안 들어도, 단세포랑 다세포라는 차이는 정말 현격하다는 건 누구나 알겠지.




최초, 원시 지구에서 만들어진 생물은 복잡한 다세포가 아니라 단순한 단세포였으리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해.

단순한 데에서부터 차츰 복잡한 구조가 되리라는 생각은, 그에 대한 반례가 나오지 않는 한은 모든 경우에 합리적이니까.



대표적으로, 이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퇴적시키는 남세균은 단세포인데다 원핵생물(세포핵이 따로 없는 생물)이지.

(효모는 세포핵이 따로 있는, 이들보다 후대에 만들어졌으리라 생각되는 진핵생물이고 당연히 사람도 진핵생물)


그런데 단세포가 어떻게 다세포 생물이 되었는가?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답을 구하기 매우 힘들어.

일단 첫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건 20억 년도 훨씬 전인 오랜 옛날이다. 위의 저 남세균들에서 이미 이들이 다세포로 점차 분화됐음을 알리는 증거가 보였지.


근데, 그런 증거를 수집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이들이 너무 오래 전에 산 생물이기 때문에, 공룡화석과도 같은 직접적 증거를 찾는 게 노무 힘드니까.

최초의 다세포 생물을 형성한 그 녀석들은 당연히 그 오랜 세월 사이 언젠가 멸종을 했을 테고.


하지만, 다세포 생물이 형성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몇 가지는 과학자들이 확인하는 데 성공했어.



1. 일단 세포 여럿이 한데 몰려다닐 수 있도록 세포들이 뭉쳐다니는 유전자를 지녀야 한다.

 : 다세포는 多세포야. 애초에 이렇게 뭉치지 못하면 첫 정의부터 만족하지 못해.



2. 이런 자그맣게 뭉친 세포군(群), 즉 cluster를 형성한 이후에는, 이 세포군 안의 세포끼리는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 뭉친 세포끼리 자기가 더 영양분 같은 걸 많이 먹고, 자기가 더 분열하겠다고 경쟁하면 세포군은 금방 말라죽어 버릴 거야. 지금 인간의 생존경쟁이 심근세포 vs 뇌세포 이딴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 간의 경쟁이듯이, 세포군이 만들어진 이후의 생존경쟁은 세포군 vs 다른 세포군(혹은 다른 단세포들)의 생존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3. 2번과 연결되는 것인데, 한 세포군 내의 세포들은 같은 유전자를 지녀야 한다.

 : 다른 유전자를 지닌 세포끼리 뭉친다면 필연적으로 경쟁이 벌어지게 되지. 생물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유전자 남기는 건데, 유전자 다른 생물끼리 동침이 될 리가 있나.



4. 전체 세포군을 위해, 각 세포는 철저히 분업하며, 희생도 가능해야 한다.

 : 존나 전체주의적이지만... 당연하잖아? 다세포 생물은 완벽한 전체주의 생물이다. 융털 세포만 떼어놓거나 뉴런만 떼어놓으면 살 수 없어. 심장이나 간 등의 기관 덩어리조차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아니, 사람이라는 한 완성된 개체도 상반신만 잘라놓으면 살 수 없어. 모든 세포는 전체 다세포 덩어리를 위해 필요하고, 이것들이 심하게 사라지면 세포군 전체가 죽어버린다. 희생의 경우, 번식을 위해 양막을 터뜨리거나 도마뱀이 살기 위해 꼬리를 끊거나 뭐 그런 걸 생각할 수 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다세포가 단세포보다 생존에 유리한 환경, '선택압'이 작용해야지. 만일 다세포를 간신히 만들었는데 단세포보다 ㅎㅌㅊ의 생존능력을 지녔다면 금방 멸종해서, 다세포가 더 이상 번식할 수 없었을 거야. 이것은 포식자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물의 흐름, 온도나 염도 등등 뭐든 될 수 있지.


이것들을 기반으로, 내가 소개하려는 연구진(Ratcliff et al. 2012. PNAS)은 다음처럼 실험을 디자인했어. 


1. 배양액에 단세포성 효모를 넣고 기른다. 만일 이 중 뭉쳐서 세포군을 형성한 효모가 있다면, 이들은 단세포 효모보다 빨리 침전될 것이다!

2. 따라서, 10ml의 배양액을 효모가 어느 정도 번식할 때까지(배양액 10ml당 10억 마리 정도) 내내 흔들어 주다가 흔드는 것을 멈추고(여기서는 45분), 그 중 가장 아래 100μl만 딴다.

3. 이 100μl 딴 것을 새 10ml 배양액에 옮기고 다시 번식시킨다. 이것을 반복.


그러니까 덩치가 커져서 침전된 것들 중 다세포성 효모로 변이된 게 있기를 바라면서, 이러한 선택을 지속적으로 반복한 거지.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자연에 이런 경우가 흔한가?'




사실은 자연에서 별로 흔한 케이스는 아니겠지. 이들도 이것은 인정했어.

다만, 이러한 실험에는 변인을 정확하게 통제하고 추적할 수 있는 게 좋은데, 중력은 같은 장소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아. 매우 쉬운 통제요소지.

실제로 포식자를 이용해 다세포성 효모 실험을 한 실험이 90년대(Boraas et al.)에 있었는데 이건 꽤 현실적인 선택압이지만 통제가 어렵지.


사실 그냥 중력으로 가라앉히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렇게 가라앉히는 선택 과정을 1주일 동안 반복한 뒤엔, 그냥 원심분리기를 동원했대. 원심분리기도 원하는 만큼의 힘을 원하는 시간 동안 가할 수 있으니까.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아.



물갈이 30회 이후에 생긴 '눈송이 모양' 효모군의 현미경샷이다. 이쁨.

숫자는 그 10ml 플라스크에다 넘버링한 것, 즉 모든 배양액에서 이런 녀석들이 발견됐다는 뜻이야. 모두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 환경에서 많은 세대를 거치면 이러한 다세포성 효모의 유전자형이 일관되게 발현된다는 의미이지.


이녀석들은 동일 유전자를 지닌 군체고(즉 한 개 조상에서 형성됨), 이것들이 붙어있는 방식은 단순한 응집(aggregation)이 아니라,


그림은 많이들 봤을 효모의 출아법 설명이야. 이 출아 직후의 상태로 붙어있는 상태라 한다.




아까전에 원심분리 얘기를 했는데, 사실은 그냥 중력으로 침전시킨 군체가 건강하기는 더 건강하다고 한다. 중력이 막 10g, 100g가 되어서 외압이 너무 많으면 세포에 좋지 않겠지.



이스트가 한번 분열을 하면 그 출아한 자리에는 상처가 생겨서 더이상 거기로 분열을 못 한다고 배우지. 그 상처 부위를 염색하는 방법으로 군체를 살펴본거야. 각 세포들의 경계면이 출아한 상처의 자리와 일치한다, 즉 이 군체의 접합은 각 세포들이 출아로 딸세포를 낳은 상태 그대로 딸세포와 모세포끼리 붙은 거라고 설명하는 거지.




눈송이 이스트 군체 하나야. 이것이 점점 세포분열을 통해 자라나다가, 300분째에서 나타나는걸 보면


그래. 애를 낳는 거야. 아기를 낳는다고!


여기서 설명하기로는 'propagule', 즉 '번식체'인데, 번식체라는 건 다른 게 아니고 무성생식을 위한 번식수단을 말해. 버섯, 곰팡이 포자나 뭐 그런 거.

그러니까 그런 버섯과도 같은 무성생식을 하는 거지. 단순히 세포분열이나 진배없는 출아가 아니라, 다세포성 번식인 거야.




자, 생각해 보자고.


커다란 세포군은 더 빨리, 더 잘 가라앉아. 이건 다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5분만 돌려서 나머지를 덜어냈을 때 가라앉아 있는 세포군들은, 25분이랑 돌려서 나머지를 덜어냈을 때 가라앉은 세포군들보다 크겠지.

25분이나 돌렸을 경우 자그마한 호빗 세포군들까지도 가라앉힐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셈이니까.


그래서 더 적게 돌리는 것이 이 더 큰 세포군을 선택하는 선택압이 된 셈이야. (당연히 자연과는 전혀 무관한 실험법이지만, 그렇다고.)


D 그림도 이것의 연장선으로, 원심분리 선택압을 가할 때 5분만 돌린 녀석들은, 흔든 뒤 가만히 두었을 때 75% 이상이 침전되지만, 25분 돌린 녀석들은(큰 세포군뿐 아니라 작은 세포군도 많아서) 같은 시간 두었을 때 60%정도만 침전한다는 거지. E 그림은 5분/25분의 케이스로 35회의 선택을 거친 뒤에 각 세포군들이 낳는 새끼 세포군의 크기를 비교한 거고.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결과는, 바로 이 다음에 이야기하는 결과야. 그 전에 중요한 개념 한 가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아마 세포 자살(apoptosis)이라는 현상을 들어본 게이들이 있을 거야. 말 그대로 세포가 죽는 건데, 다르게는 'programmed cell death', 즉 '계획된 세포 사멸'이라고도 해.


계획되었다는 이야기는, 세포가 죽는 게 물리적으로 손상되거나 다른 생물에게 감염되거나 해서 불가피하게 죽는 게 아니라, 특정 상황에 어떤 신호를 받으면 세포가 자동으로 죽도록 유전자 내에서 이미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지.


세포는 이렇게 쭈그러든 뒤 산산조각나고, 파편들은 (이런 원시적 다세포 말고, 비교적 고등동물의 경우) 이런 걸 청소하는 대식세포들이 처리해서 완전히 분해해 버리지.


'괴사(necrosis)'와의 차이도 있는데, 괴사의 경우 세포가 사고로 죽게 된 거고, 이 경우 삼투압을 유지 못하기 때문에 쭈그러드는 대신 외부의 수분이 흘러들어와서, 익사한 시체가 끔찍하게 탱탱 붓듯이 부풀어다가 세포막이 터져버려. 으윽.



아무튼, 이 세포자살이 중요한 이유는 '미리 계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야.


단세포 생물을 생각해 보자고. 단세포 생물이 세포자살을 할까? 그럴 리가. 단세포 생물은 그 세포가 한 생물의 모든 것이야.

그 세포 하나를 잃으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야. 세포를 살리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자살을 하지는 않아.


세포 자살은 다세포 생물에서만 일어나. 다른 세포들을 위해, 개체 전체를 위해 특정 세포들이 스스로 죽는 것. 세포간의 분업과 협업의 상징이지.

물론 어디까지나 이런 자발적인 세포 자살은 본체에게 치명적이지 않아야 해


다음 실험결과는 이 세포 자살에 대한 것이야.



A그림은 처음 말한 100마이크로리터만 남기고 새 배양액 부어서 다시 배양하고, 의 선택 과정을 14회 거친 세포군이야. B는 60회 거친 녀석이지.

B가 크기가 더 크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지. 그럼 반짝반짝 빛나는 세포들은? 녹색~노란색으로 표시된 것은 세포자살 신호를 받아 세포자살중이면 빛이 나도록 조작한 녀석이고, 빨간 것은 단순 괴사로 죽은 세포야.


A는 세포자살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반면, B의 큰 세포는 활발한 세포사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C는, 60회짜리 녀석이 '번식'하는 시기의 세포군 사이즈가 더 크다는 걸 직접 사진으로도 찍고 카운트도 해서 보여준거야)


근데 이렇게 세포자살이 잘 일어나고 더 오랫동안 다세포로 진화한 세포군의 경우, (부모 크기에 피해) 좀더 작은 자손을 낳는다는 것을 D 그래프로 알 수 있지. 14회짜리는 부모의 40% 면적짜릴 낳지만 60회짜리는 20%짜리를 낳지. 그런데 강제로 세포자살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면 14회짜리도 자식 크기가 작아진다는 걸 알 수 있어.


다만, 자식의 크기는 작지만 세포군이 몸집을 불리는 속도는 활발한 세포사멸에도 불구하고 더 빨라서, 24시간이면 다시 번식할 만큼 자란다고 해.



이렇게 말이지. A그래프는 초기에 생성된 다세포 효모의 군체의 크기(x축. 사실은 7분 안에 가라앉은 개체의 비율이지만 이게 평균크기를 말한다는 거 알지?)와, 성장률을 비교한 거야. 당연히 큰 녀석은 거의 다 자란 녀석이니, 크기와 성장률은 상충하겠지.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듯, 더 오래도록 선택압을 준 녀석의 성장률이 일관되게 더 높지.


그러니까, 오래도록 선택압을 줄수록, 더 작은 자손을 낳지만, 자손의 크기가 작기에 더 빠른 성장률을 지니고, 같은 크기의 '진화가 덜 된' 친척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더 빨리 자라도록 변한다는 거지.


B 그래프는 큰 녀석일수록, 그리고 오랜 세대를 거친 녀석일수록 세포군 내에서 세포자살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거야.


그렇다면 이 결과를 보고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지.

'단순히 크기 때문에, 그러니까 얼마나 다세포 생물로 진화되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그 세포군이 크기 때문에, 영양 공급 문제나 세포간의 경쟁으로 잉여 세포를 죽여버리는 것 아닌가?'


그것을 위한 조사도 또 하였지.



A 그래프의 x축은 세포의 크기야. 몇 세대에 걸쳐 선택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단순히 크기로 줄세운 거야. 영양공급이 모자라던 500년 전에도 우리 일게이보다 큰 사람이 있을 수 있듯, 선택압을 받은 세대가 적다고 해도 충분히 큰 세포군이 출현할 수 있지.


그러나, 그렇게 비슷한 크기의 세포군들끼리 비교를 해도, 파란색의 14회 물갈이를 거친 세포군에 비해 빨간색의 60회 물갈이를 거친 세포군에서 나타나는 세포자살의 비율이 훨씬 높지. 이것으로, 단순히 세포가 큰 것 때문에 60회 세포군에서 세포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B 그래프는, 아까 위에서 말한 거의 연장선이랄 수도 있는데, '세포군 크기'인자와 '세포자살 빈도'인자가 독립적으로 유전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거야. 세포자살 잘 하는 큰 세포군인 어떤 세포군 하나를 골라서, 그 자식들은 이 두 인자를 얼마나 보여주나 표시한 거지. 딱 봐도 별 상관 없어 보이지.





이것으로, 우리는 단세포성 효모가 어떻게 특정한 선택압을 받아서 다세포 생물의 특징을 강력하게 보이는 다세포성 효모군으로 '진화'해 나가는지를 본 셈이야.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도 통제하고, 조절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이지.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어떻게 출현했는지야 당연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이와 유사한 식으로 발생했다는 하나의 가설을 말하기에는 충분할 테지.




우리는 현재도 엄청난 지식을 쌓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지식을 더 빠른 속도로 쌓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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