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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세계사에서 손꼽히는 천재가 누구냐고 물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답하는 사람이 제법 될 꺼야
EBS나 여러 위인전/교과서/초등학교 선생들이 그렇게 알려왔거든.
하지만 지금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왜 천재지?'라고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꺼야.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 플라크, 슈레딩거 같은 인물들은 그 업적이랑 천재성이 어디서 드러나는지 뚜렷하게 알려져 있잖아?
물리조금 배웠다는 사람은 상대성이론이라던가 광전효과론이라던가 슈레딩거의 방정식이
어떻게 물리학의 페러다임을 뒤집는 천재적인 발상이었는지 알거야.
아니 굳이 저렇게 현대적인 인물이 아니라고해도
( 비교적 유사한 시대의 인물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만 봐도 남겨진 문헌만으로도 그사람의 업적이 확실해.
그에 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위의 인물들 처럼 바로 떠오르는 업적은 없을 꺼야.
물론. 조금 자세히 공부한 사람들은 이렇게 답을 할 수도 있을 거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한분야를 벗어난 여러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낸 점에 있다!'
... 뭐.
틀린말은 아니야
그는 도시 설계자이기도 했고.
발명가이기도 했으며
해부학에 기여도 했고
뛰어난 미술가 이기도 했지.
이 점들을 떠올려보면 천재라고 반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를들어
한국의 A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B모군이 미국에 유학가서
" 이 학생은 매일 아침 7시에 등교를 하여 밤 2시까지 공부를 하는 어마어마한 학생이다"
라고 소개되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좀 웃기겠지?
사실 한국에선 지잡대가는 학생들도 수험생땐 밤새도록 공부하기 때문에
저런건 별로 대단한게 아니란 말이지.
내가 하고싶은말은 다빈치의 업적을 평가하려면 '동일한 시대 인물'들에 비교해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럼 다빈치의 각각 능력들을 분석해보자구.
1. 우선 발명가로서의 다빈치.
다빈치의 모식도는 신기한게 정말 많아.
그 상상력과 스케치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해줘야해.
하지만 사실 실제로 작동하는 발명품은 0에 가까워.
그들이 시현되었다는 증거(물품,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모식도에 비해 원리는 부족한 경우가 많고,
오늘날 재현을 해봤을때 실패하는 기구가 대부분이야.
더 중요한건, '당시에 멋져보이는 무기나 발명품을 스케치 하는 것은 미술가와 지식인들 사이들에서 일종의 유행'이었다는 거야.
이런 상상도나 스케치는 영주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거나, 혹은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자주 이뤄졌었어.
'건축가'이자 '화가'이자 '철학가(!)'이자 작가였던 Francesco di Giorgio martini의 착품.
이건 피렌체의 돔으로 유명한 브루넬레스키의 스케치.
브루넬레스키는 화가는 아니었지만, 레오나르도와 유사하게 다양한 분야(건축, 수학, 연출, 디자인)등에 재능을 보였고.
심지어 대다수 실현자체를 못한(그리고 재현이 되지 않는) 레오나르도의 발명품에 비해
르네상스 기계/기기 스케치중에 현실화 된게 적지 않아.
다빈치의 작품들이 월등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야.
물론 그 정밀성이나 다양성, 상상력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단연 우위라고 할 수 있지만
1968년 영화, <2001 오딧세이>에 나오는 아이패드가
큐브릭 감독의 '발명품'이라고는 할 수 없듯이
재현이 되지 않고/동작가능한 시품이 존재하지 않는 레오나르도의 '발명품'은
당시 여러 르네상스 인물들이 하던 '공상 스케치'중에서 '상상력이 뛰어났다.' 정도로 밖에 평가를 할 수 없어.
2. 해부학자로서의 다빈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논란이 존재할 수 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에서의 업적은 역사에서의 기여도는 낮아.
(왜냐하면 죽고나서 한참이 지나서 노트들이 발견이 된 거거든. )
하지만,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렌에 의해 잘못 알려져있던 해부학적 구조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던 걸로 보여져.
대표적인 예시가, 척추의 해부에 대해서 비교적 완벽하게 이해를 했던 것으로 생각되어지지.
그런데 발명품문제와 마찬가지로, 다빈치의 해부학적 업적은 사실 당대의 '유행'에 따른 하나의 업적일 뿐이었어.
물론 교회에서 해부를 금기하기는 했지만,
14 15세기에 인체 해부는 과학자, 의사, 미술가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레오나르도의 라이벌로 알려진 미켈란젤로만 해도
이렇게 해부학에 대한 어마무시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거든.
(해부쪽에 어느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은 겨드랑, 그리고 턱아래 주위의 세심한 근육까지 거의 완벽하게 묘사된걸 알 수 있을 거야)
오히려 (내장학을 제외한) 근골격계에 대한 이해는 미켈란젤로가 더 뛰어났다고도 할 수 있어.
왜냐하면 해부학적 지식을 '노트에 필기'하는 정도로 끝냈던 레오나르도와 다르게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걸작들에 그 지식을 도입했거든.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 팔, 배, 다리심지어 손과 발의 혈관까지 해부학적 묘사가 거의 완벽하다.)
위의 두가지 예시만 봐도 다빈치의 '수많은 업적'들이 결코 당대 천재들을 뛰어나게 앞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지.
과연 다빈치는 '종합적'으로는 천재인가?
글쎄. 이 질문에 대해서 난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어.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르네상스 맨'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려 줘야할 거 같애.
3. 르네상스맨
대부분 고등학교나 중학교때, 혹은 교양서적에서 르네상스가 대충 뭔지는 배웠을 거야.
우리땐 인간이 인간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절! 휴머니즘의 태동! 정도로 배웠던 거 같다.
아랍문화권의 균열과, 고대 그리스-로마 서적들의 재발굴, 종교의 변이와 13 14세기 수도승들이 개발시켜놨던
과학-철학-미학 이론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대가 르네상스 시대지.
초기 르네상스의 인물, 레온 바티스타가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할 일 을하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이게 '인간중심'적 사고와 '여러 영역에 발을 들여보자'하는 당시 지식인들의 정신을 대표하는 문장이라고 볼 수 있어.
후세의 학자들은 이 철학을 담고 살아간 당대의 '다재다능한' 인물들을 '르네상스맨'이라고 표현하게 되지.
'르네상스맨'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 자체에서
'이렇게 다재다능한 인물들이 다빈치 말고도 여럿 있었겠구나'라고 이해를 하는 똑똑한 사람도 있을 거야.
실제로 위에 언급한 레온 바티스타만 해도 법,고전,수학, 회화, 조각 ,건축에 괄목할 성과를 이뤘었고.
미켈란젤로는 시(문학), 해부, 건축, 등에 재능을 보였어
파라켈수스라는 당대 학자도
식물학자, 과학자, 철학자, 천문학자
연금술사(이긴 하지만 마법이랑 다르다.. 아연도 얘가 발견함),
심지어 일부 학계에서는 정신의학의 증조할아버지 뻘로 여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괄목할 업적을 남겼어.
이렇게 당대 위인들을 하나 하나 곱씹어보면 다빈치의 위대함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어
1) 그는 절대로 제대로 끝맺은 일이 없어서 대부분 업적이 '썰'과 자신의 비루한 '노트' 그리고 '구상'수준에서 끝난 경우가 많았고.
2) 그나마 그가 시도한 일들은 '동시대'의 인물들에 비교했을때 혁신적으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오히려 트렌드를 따른 경우가 많았지.
그렇다면 왜 다빈치가 이렇게 천재로 불리는 걸까?
과연 다빈치를 찬양하던 사람들이나 방송들은 다 병신일까?
뭐 딱히 그런건 아니야.
4. 다빈치. 시대를 타고난 인물.
다빈치는 살아있을때 슈퍼 스타였어. 당대 남아있는 수많은 기록들에 등장하고, 수많은 장인/학자/예술가/군주/귀족들이
다빈치에 대한 기록을 남겼지.
왜 한 인물이 슈퍼스타가 될까에 대해서는 여러 답변을 할 수 있겠지만
다빈치는 인맥+시간+장소+능력이 모두 적절하게 떨어졌던 인물이었어
우선 다빈치의 주무대가 당시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던 이탈리아의 인물이라는 점이 큰 요소로 작용했지.
흑사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지식과 기류가 태동하던 장소에서 한 분야에 뛰어난 인물로 존재할 수 있었기에 그 영향력이 쉽게 커질 수 있었어.
그의 스승이 유명인이었던 점도 큰 역할을 했을 꺼야.
다빈치의 선생이었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는 피렌체의 대표적 화가였고. 다빈치를 무척 아꼈다고해.
물론 다빈치 본인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저런 대가의 사랑을 받은거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
대가인 스승의 지원을 팍팍 받으니 쉽게 고위직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겠지.
또한 미술가로서의 다빈치는 상당히 뛰났어. 실제로 기법, 재료, 구도 등에서 당시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작품이 남아 있는 거도 그가 실험적으로 시도한 재료가 많았기 때문이기도해.
남아있는 작품들도 당대에 '최고'로 받아들여졌다는 기록들이 존재해.
대표적인게 모나리자, 암굴의 마돈나와 최후의 만찬.
그리고 르네상스 기류에 따라 상당히 많은 분야에 시도를 했고 재능을 보였을 거야.
문헌상에서 그는 훌륭한 음악가, 조각가, 몽상가라고 되어있고 수학, 기하학을 포함해서 정말 많은 분야에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평가는 상당히 많은 문헌에 남아 있어.
심지어 그는 정말로 잘생겼다고 당대 사람들이 증언을 해주고 있어
빽도 괜찮고 멀쑥한 예술가가 르네상스 기류에 맞춰 박학 다식하기 까지한데
그림 실력도 좋아.
그러니까 상류층에서 얼마나 좋아했겠을지 상상이 가지?
결국 레오나르도는 '박학다식한 예술가'로
당대 왕과 군주들의 '눈요깃거리'혹은 '선생'정도로 모셔졌다고해.
제대로 끝을 맺는 일은 없었지만,그 '다재다능한'능력 만으로도 연회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 자신이 '다재다능함'의 주체가 되어버린거야.
그리고 그 사후, 1800 1900년대에 르네상스 시대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르네상스맨'들의 다재다능함이 부각받기 시작했고
게중에서 다재다능함, 그 자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인공마냥 인정받기 시작한 거라고 봐야해.
5. 결론.
아무래도 웹상에 올리는 정보글이다보니 편향적이고 상세한 기술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은 미리 언급 하고 싶어.
다빈치의 상상력은 어마어마 했던 것은 맞고, 그가 미술계에 남긴 업적은 상당해.
그리고, 대부분 이런 스케치를 남긴 당대 '학자'들은 '발명가' 혹은 '수학자'라는 기본 직업을 가졌던 것에 비해
다빈치는 '예술가'로서 과학/발명/설계에 두각을 보였던 인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그가 다재다능해서 천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미켈란젤로, 파라켈수스, 레온 바티스타 같은 르네상스맨들을 보면 다재다능한 인물들은 정말 많았고
당시 트렌드 자체가 자연과학-미술-음악-예술-문학 등의 여러분야에 꽃을 피우는 거였어.
과학자들이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가들이 수학도 잘하던 것이 당대 위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이었던 거지.
결국 다빈치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재능이 상당히 많았던 르네상스맨 중 하나. 정도로 생각되는게 맞을 거야.
혹시 앞으로 누가 '왜 다빈치가 위대한가?' 라고 물으면
'현대적 사회-과학-철학이 태동하던 시대에 다른 위인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예술적 능력과 뛰어난 상상력을 지녔던 인물이기 때문!'
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