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과학

우주 최초의 3분

과정 2017. 4. 2. 09:10

대부분 우주가 어떠한 폭발에 의해 탄생했다는 우주론에 관해 들어봤을 거야. 바로 빅뱅이론이라고 불리우는 대폭발이론이지.


사실 이 빅뱅이론은 수많은 관측결과가 강력하게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말 판을 깨버리는 관측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주론으로서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겠지. 사실 빅뱅 자체는 별게 없는 것 같지만, 빅뱅 즉 우주가 태어나고 최초의 3분동안의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틀어지게 된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아름다운 우주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고 보고있어. 도데체 3분동안 무슨 현상이 벌어졌길래 우주의 숙명을 바꿀 정도로 


대단한 것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로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많이 나와 어려울 수도 있을테니깐 유의하길 바라.


1. 플랑크 시대(0~10^(-43)초)



우주나 물리학 글을 보다보면 이 플랑크와 관련된 여러 수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텐데, 플랑크라는 이름이 붙은 수는 


플랑크 시간, 플랑크 질량, 플랑크 길이 정도가 있어. 플랑크 상수들에 대한 물리학적 정의가 있지만 정말 쓸데없는 정의이지.


예컨데 플랑크 시간의 물리학적 정의는 플랑크 길이를 빛의 속도로 주파했을 때 걸리는 시간이야. 마찬가지로 플랑크 길이는 플랑크 시간동안 


빛이 간 거리이지. 이런식의 물리학적 정의는 도데체 이런 플랑크 상수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사실 플랑크 길이는 쉽게말하면 길이의 최소단위라고 보면 돼. 즉, 이 보다 작은 값을 갖는 길이도 있겠지만 그 값을 가진다고 해도 물리학적으로 봤을 때


플랑크길이의 1/2배 되는 길이와 플랑크 길이의 1/3 되는 길이 간 차이점을 구별해낼 수 없어. 즉 이보다 작은 길이에서 물리학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거지.


따라서 물리학적으로 의미를 가지는(다른 녀석들과 차이를 보이는) 최소 단위의 길이가 바로 플랑크 길이라는거야.


실제로 계산해보면 10^(-35)m정도 돼. 이를 이용하여 플랑크 시간을 계산하면 대략 10^(-43)초정도가 나오지.



이 시기에서 우주의 온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별로 의미없는 행위겠지만 굳이 계산해보면 대략 10^32K정도가 나와. 10만*10억*10억*10억도이지.


과학자들은 이 플랑크시대에 우주의 기본적인 네 힘이 통일되었다고 믿고있어. 여기서 말하는 우주의 기본적인 네 힘은 강력(핵력),약력,전자기력,중력을


뜻해. 강력은 핵자(양성자나 중성자 등)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며, 약력은 중성자가 붕괴할 때 관계하는 힘, 그리고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 마지막으로 중력은 질량을 지닌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지.



그렇다면 왜 과학자들은 이 플랑크시대에 네 힘이 통일됐다고 믿고있을까? 간단해. 지금까지의 추세를 봤을 때 그럴 거라고 추측하는거지.


지금까지의 추세는 뭘까? 아마 과학쪽 교양서적을 웬만큼 읽지 않았다면 잘 모르겠지만(이과게이들은 제외) 우주의 기본적인 네 힘은 현재 


과학자들이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있지. 최초의 힘의 통일은 전자기력이야. 사실 전자기력은 힘의 통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자기력은 전기력의 또다른 형태이기 때문이지. 맥스웰이라는 과학자는 이를 간파하여 당시에 서로 다른 힘인줄 알았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일했어.


그 후, 1970년대에 들어서 전자기력과 약력이 통일됐고, 얼마 안 가 약력과 강력이 통일됐지. 즉 현재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아주 높은 온도에서


그 특성을 잃고 하나의 힘처럼 작용한다는거야. 이 세 힘의 통일에 관한 이론이 바로 GUT(Grand Unite Theory)이지. 이제 중력만 남았어.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자기력, 약력, 강력 그리고 중력까지 네 힘이 하나처럼 작용하는 이른바 SUT(Super Unified Theory)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학자들의 염원이 바로 플랑크 시대에서 네 힘이 통일됐다고 믿고있는거야. 이 SUT는 TOE(Theory of Everything) 즉


모든것의 이론이라고도 불러.(사실 SUT보다 TOE가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져있음)



2. 대통일시대(10^(-43) ~ 10^(-36)초)



대통일시대라고해서 네 힘이 합쳐져있는 시대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엄연히 다른 시대야.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플랑크시대에서 


네 힘이 합쳐져있으며, 대통일시대(GUT)에는 합쳐져있던 네 힘 중 중력이 분리된 시대지. 하지만 여전히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은 합쳐져있으므로


대통일시대라고 불러. 이 시기에서 우주의 온도는 대략 10^27K, 10억*10억*10억도 정도 됐어.


역시 플랑크 시대와 마찬가지로 힘이 분리되는것 외에는 과학자들이 추정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앨런 구스가 제안한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이 대통일시대에 우주는 아주 짧은 순간에 100억*100억*100억*100억*100억배로 그 크기를 부풀렸다고해.


이는 감기바이러스로 치면 순식간에 지름 수억광년의 은하단 수준으로 커진 셈이지.


3. 약전자기력시대(10^(-36) ~ 10^(-32)초)



이시기 역시 대통일시대와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돼. 즉 GUT에서 통일되어있던 세 힘중 '강력'이 분리되는 시기이지. 그러나 전자기력과 약력이 아직


합쳐져있는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약전자기력시대라고 불러.


4. 초대칭붕괴시대(10^(-32) ~ 10^(-12)초)



이 시기부터 시간폭이 대폭 늘어남을 알 수 있어. 그래봤자 1조분의 1초보다도 훨씬 더 짧은 순간들이야.


이시기에는 '초대칭'이 붕괴된다고 하는데, 대칭이라는 것은 어떠한 기준점을 기준으로 양쪽의 물체가 똑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을 때 대칭이라고 하지.


입자물리학에서는 대칭 외에도 초대칭이라는것이 존재해. 이 초대칭이란 물리학적으로 보존과 페르미온 기본입자를 연관짓는 대칭이야.


bb11.png

초대칭(supersymmetry)을 줄여서 susy라고 부른다.


보존? 페르미온? 이상한 용어들이 막 나오지? 보존과 페르미온의 차이는 입자가 가지는 '스핀'의 특성인데, 스핀이란 쉽게말해 입자가 가지는


각운동량을 뜻해. 이 값은 정수일 수도 있고, half integer 즉 분수형태로도 존재해.


페르미온은 스핀이 분수형태로 존재하며, 보존은 스핀이 정수형태로 존재하는 입자들이야. 페르미온의 대표적인 입자로는 전자와 쿼크가 있지.


보존의 대표적 입자는 광자와 글루온(쿼크의 매개입자) 정도가 있어.




즉 이러한 페르미온과 보존은 전하와 질량이 완전히 동일하고 스핀만 다른 이른바 '초대칭 짝'을 갖고있다고 보고있어. 이 둘의 관계가 바로 초대칭이지.


예를들어 전자(electron)의 초대칭짝은 셀렉트론(selectron) 혹은 s전자라고 부르지. 즉 초대칭 짝은 원래 입자에 s를 붙이면 돼.


쿼크의 초대칭짝은 스쿼크(squartk)도 이러한 원리야.


이 초대칭이론은 기존에 존재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이른바 임시방편의 이론이지만 아직 관측된 사례가 없다고해.


(발견되면 분명 노벨물리학상 감일거야.) 아무튼 초대칭붕괴시대에는 입자들이 갖고있던 초대칭이라는 성질이 붕괴되기 시작해.



5. 쿼크시대(10^(-12)~10^(-6)초)



이시기에는 그전까지 합쳐져있던 전자기력과 약력이 서로 분리가 돼. 이시기가 도래하면 증발되어있던 힉스장이 쉽게말해 액화되어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되는 시기야.(이 부분에 관해선 나중에 네 가지 힘을 설명할 때 같이 설명할게. 여기서 설명해버리기엔 너무 많음.)


힉스장이 제역할을 비로소 하기 때문에 약력을 관계하는 매개입자(W보존,Z보존인데 굳이 알 필요는 없음)들이 질량을 얻게되지.


그때문에 질량이 없는 광자와 구분이되어 전자기력과 약력이 서로 분리가 되는거야.



힉스장 덕분에 초대칭붕괴로 생겨난 페르미온(전자, 쿼크 등등)이 비로소 질량을 갖게 돼. 그리하여 우주가 이러한 입자들로 가득한 정말로


혼란스러운 우주가 돼버려. 이 시기의 우주의 온도는 여전히 매우 높기 때문에 쿼크가 합쳐져서 양성자나 전자가 되지는 않았으며 설령 만들어진다고해도


높은 온도 때문에 그즉시 분해돼. 중요한건 정말 오래 읽은것 같은데도 아직 1초도 안됐다는거야. ㅎㅎ



6. 하드론(Hadron) 시대(10^(-6) ~ 1초)



새로운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넌더리나지? 나도 처음에 책 읽으면서 이게 무슨소린가 했다. ㅋㅋㅋ 입자물리학하는 게이들이 있다면 정말 존경스럽다.


하드론은 쉽게말해 무거운입자를 뜻해.(대충 감이 오지?) 


물리학적 정의를 살펴보면, 하드론은 쿼크의 결합으로 생긴 입자며, 바리온과 메손으로 나눠져.(이쯤되면 지긋지긋하다 ㅋㅋㅋ)



바리온은 3개의 쿼크로 이뤄진 물질이며(양성자나 중성자) 메손(중간자)은 2개의 쿼크로 이뤄진 물질이야. 양성자처럼 서로다른 쿼크로 이뤄졌지만


특이하게 메손은 쿼크와 반쿼크(antiquark)로 이루어져있어. 얘네의 종류를 얘기해줘봤자 처음듣는 용어이긴 할텐데 굳이 얘기하면 파이온정도야.


이 시기가 도래하면 쿼크들이 결합할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충분히 낮아졌기 때문에 쿼크들은 더이상 따로 존재하지않고 결합하여 더욱 안정적인 상태의


입자를 만들어. 그 결과물이 바로 양성자나 중성자 이런놈들이지.


하지만 양자역학적 요동을 따지게 되면 이러한 하드론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안티하드론(anti-hadron)도 생성돼. 얘네들이 만나면?


광자를 내뿜고 사라져버리지.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대칭성 어긋남이 생겨. 즉 안티하드론보다 하드론이 약간 더 많아서 충돌하여 사라지고 남은


하드론이 극미량 존재하게 된거야. 이 극미량의 하드론들이 오늘날 우리 몸을 구성하고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야.


만약 완벽하게 대칭적으로 존재했다면 우리라는 존재자체가 아예 없었겠지?



7. 렙톤(lepton)시대(1~10초)



드디어 우주가 탄생하고 1초가 지났어. 정말 많은 것을 본 것 같은데 고작 1초라니.. 하지만 이정도 시기가 지나면 우주는 별다른 특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3분이상의 시기를 1조분의1초씩 끊어서 볼 필요까지는 없어.


렙톤은 쉽게말해 가벼운입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렙톤을 경입자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있어.


사실 렙톤은 그전에도 존재했었지만 하드론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묻혀서 그 존재감이 없다가 하드론이 안티하드론과 대거 충돌하여 사라지는 바람에


렙톤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거야. 이 렙톤은 전하의 유무에 따라 전자(-전하)와 중성미자(중성)정도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어.(이름에 걸맞게 엄청 가벼워)


역시 이렇게 렙톤이 생기는 정도의 온도에서는 안티렙톤도 생겨버리는데, 이들 역시 약간의 대칭오류로 렙톤이 살짝 더 많아져서


대거 붕괴되어 사라지고 극미량의 렙톤만 남게 돼. 얘네들이 오늘날 전자와 중성미자를 구성하며, 만일 대칭성이 완벽하여 완전히 사라졌다면


우리를 구성하는 몸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거야.



8. 빛의 시대(10초 이후~38만년)



10초 이후로는 하드론과 렙톤이 거의 소멸되어 극소량만 남아있기 때문에 이 충돌과정에서 튀어나온 엄청난 양의 광자로 우주가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생각되며, 이때의 우주는 대소멸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입자들이 존재하고 온도도 매우 높기 때문에 빛이 직진을 못하여 아주 불투명한 상태였을 거라고


보고있어. 즉 이때 우리가 우주를 눈으로 본다면 우주는 하얗게(정확히 말하면 회색정도..?) 보이겠지.


이 빛의 시대 초반(10초~3분 40초가량)에는 원시 수소원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을 만들었을 거라고 예상하고있어.


사실 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은 온도야. 온도가 높아야 수소원자들이 핵력을 이겨내고 충돌하여 핵융합을 하거든.


하지만 온도가 너무높아도 문제야. 온도가 너무 높아버리면 수소원자가 충돌하여 중수소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 중수소가 금방 분해돼버리거든.




여기서 수소핵융합 과정을 잠시 겉핥기 식으로 짚고 넘어가면, 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킬 충분한 온도가 됐을 때(낮은 압력에서는 대략 9억도)


수소원자 두 개가 충돌하여 중수소를 만들어내. 여기서 중수소는 수소(양성자 하나)와는 달리 양성자와 중성자를 하나씩 갖고있지.


이 중수소는 다시 수소원자와 부딪혀 3가헬륨, 즉 양성자2개, 중성자 1개인 헬륨을 만들어내지. 


이 3가 헬륨 두개가 다시 부딪히면 양성자2개, 중성자2개인 정상적인 헬륨이 나오고 부산물로 수소원자 두개가 튀어나와.


이렇듯 수소핵융합반응은 일련의 여러 단계를 거쳐서 완성되는데, 이 단계의 초반이라고 볼 수 있는 중수소 자체가 높은온도에서 매우 불안정하여


쉽게 분해돼버리기 때문에 온도가 너무 높아도 핵융합반응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거야.


그래서 그 전까지 우주에서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나지 않다가 우주가 충분히 식을 약 13초정도가 경과한 다음에야 수소들이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거지.


핵융합반응은 약 13초부터 서서히 시작되다가 3분이 지난 후 폭발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으며, 우주가 태어나고 약 20분이 경과하여 온도가 수억도 밑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끝나게 돼. 그리하여 이 단계가 끝난 후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75퍼센트가 수소, 24퍼센트가 헬륨, 그리고 나머지가 


리튬같은 중원소가 됐어. 수소가 이 시기에 핵융합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유도해낸 결과이며, 실제 실험값인 우주 전체의 


구성물질의 비율을 따져봤을 때 매우 정확하게 들어맞아.




그 이후의 시기는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야. 수십만년동안 조용하다가 약 38만년이 된 순간 우주를 떠돌아다니던


자유전자들이 원자에 구속되면서 우주가 투명해졌으며(물론 38만년이 된 순간 바로 그렇게된건 아님. 이전부터 조금씩 그래왔음)


이덕분에 광자들이 전자들의 방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직진을 하게 돼. 이 시기를 바로 recombination(맑게 갬)이라고 부르지.


이후 우주공간 곳곳의 물질의 밀도차이로 원시별과 은하가 생성되었으며 이들은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여 오늘날의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천체들이 됐어.





사실 빅뱅이론은 거의 흡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이론이야. 실험값과 매우 정확히 일치하며(우주배경복사의 온도나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질량비 등)


우주의 과거모습과 더불어 우리의 미래까지 점칠 수 있게 도와줬지. 하지만 빅뱅이론조차도 설명 못 하는게 있어. 바로 빅뱅의 근원이야.


빅뱅이론 자체는 이 우주를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하고있으나, 우주가 왜 빅뱅을 통해 탄생했는지 그에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있진 않아.


최근에 들어서야 이러한 해답을 찾기위한 노력을 하고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