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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고 오로지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것 같아. 인간은 대상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을 때 흔히 자기의 이전 경험에 비추어 그것을 '상상'함으로써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거든. 그런 신비로움에 걸맞게 블랙홀은 여러 특이한 성질들을 갖고있어. 지금부터 그 성질들을 알아보자
1. 블랙홀은 초신성폭발 이후에만 생성된다?
초신성 폭발과 블랙홀이 빠질 수가 없는데, 그때문에 우리는 블랙홀이
오로지 별의 수명이 다했을 때만 생성되는 천체로 인식을 할 수 있어. 사실 오랜 관측결과는 이 부분을 상당히 지지해.
태양 질량의 25배 이상되는 별은 그 핵의 질량만 태양의 3배가량 되는데, 이렇게 별의 중심핵이 태양질량의 3배이상일 경우, 그 구역 내에서의 중력은
중성자간 척력(중성자 축퇴압이라고불러)도 이겨낼만큼 아주 강력해서 중성자도 압축시켜버리지. 그래서 끝도없이 압축되는 블랙홀이 탄생하는거야.
왜 뜬금없이 중성자가 나왔냐면, 별의 내부가 붕괴될 때에도 단계가 존재하는데, 별의 질량이 몇 배 이상이면 바로 블랙홀이 되는게 아니라
백색왜성 > 중성자별 > 블랙홀 이런 일련의 단계를 거쳐 블랙홀이 탄생해. 이 과정은 '중력'이 다음단계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들어 태양과 같은 별은 표면의 가스를 날려버린 후 백색왜성에서 생을 마감해. 중력이 약하기 때문이지. 아무튼 이 백색왜성은 전자의
'축퇴압'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별인데, 축퇴압은 쉽게말하면 '척력'이라고 보면 돼. 양자역학적으로 전자는 같은 에너지 전위(수준)에
몇 개 이상 같이 머무를 수가 없어. 이를 파울리의 베타원리라고 부르는데, 이때문에 발생하는 전자들(페르미온)간 반발력을 축퇴압이라고 불러.
이러한 반발력은 엄청난 척력을 만들어내는데, 백색왜성의 경우 중력이 이 척력을 간신히 이기고 있는 형국이야.
그런데 중력이 이 축퇴압보다 커지면? 전자와 양성자는 전자간의 반발력을 이겨내고 서로 결합하여 중성자를 만들어내(e- + p > n + u).
따라서 중력이 어느정도 커지면 백색왜성단계에서 중성자로 꽉들어찬 중성자별로 넘어가게 되는거지. 이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전자와 양성자간 관계보다 훠어어어얼씬 안정적이야. 그래서 엄청 가까이 붙어도 되지. 대신 너무가까이 붙으면 역시 중성자간 반발력이 생겨.
이상태에서 중력이 더 쎄지면 이 중성자간 반발력도 중력이 씹어먹어 중성자를 압축시켜버리지. 이렇게 되면 블랙홀이 탄생하는거야.
잡설이 길었는데, 결국 우리는 관측과 경험으로 블랙홀이 오로지 별의 내부에서만 탄생한다고 믿을 수 있어.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는건 아니야.
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는 어느 특정한 영역 안에 자기가 원하는 물체의 질량을 밀어넣으면 되거든. 왜냐?
블랙홀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 블랙홀은 빛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까맣지. 따라서 블랙홀의 탈출속도는 빛의속도이거나 그 이상이야.
그러면 탈출속도가 빛의속도가 되는 영역을 우리가 정할 수 있겠지? 그 영역이 바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야. 즉 빛도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다시말해 블랙홀을 만들기 위해선 단순하게 해당 영역에 그 물체의 질량을 우겨넣으면 된다이거지. 예를들어 10kg짜리 돌멩이를 블랙홀로 만들고 싶다면
반지름이 1.48*10^(-26)m인 구 안에 10kg짜리 돌멩이를 우겨넣으면 블랙홀이 탄생하는거야. 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건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무리야. 어떻게 10kg짜리 돌멩이를 원자보다 더 작은 영역에 집어넣을 수 있겠어?
하지만 우리는 블랙홀이 오직 별의 죽음으로 탄생하는 결과물은 아니며 실험실에서도 충분히 발생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해.
2. 블랙홀에서 탈출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블랙홀 컨셉아트나 정보글을 보면 블랙홀은 항상 둥그런 모양을 하고있어서 우리는 마치 블랙홀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착각을 가지지.
이러한 착각은 1960년대 천문학자들도 예외는 아니였어. 그들은 블랙홀을 No hair 즉 머리털이 없다고 생각했어.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는 거의 똑같은 것처럼
블랙홀도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처럼 특징이 없는 재미없는 천체라고 생각했지. 최초로 예견된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은 탈출속도가 빛의속도가 되는 지점
즉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주어지는데, 정의 그대로 이 영역을 지나치는 그 어떠한 물체도 블랙홀 밖으로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하지. 하지만 모든 블랙홀에서
물체가 탈출할 수 없는 건 아니야. 블랙홀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지.
가장 먼저 우리가 흔히 떠오르는 구형 모양의 블랙홀. 이 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가 최초로 구한 해로부터 유도되는 가장 평범한 블랙홀이야.
즉 사건지평선이 구형모양으로 되어있는 블랙홀이지. 중심 핵의 질량이 태양의 3배가량 되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대략 10km정도로 형성돼.
이 반지름 10km구 안에 태양질량의 3배가량의 물질이 압축되어있지. 이런 블랙홀들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이라고도 해. 그냥 가만히 있는놈들이지.
이러한 블랙홀을 우리는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이라고 불러. 슈바르츠실트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이라는 사건지평선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건지평선의 1.5배정도 거리에서는(1.5R) 중력에 의한 공간왜곡이 너무 심해서 빛이 이 궤도에 진입하면 블랙홀 주위를 빙빙돌게 되지.
이렇게 빛이 탈출하지못하고 주변에서 공전하는 구역을 블랙홀의 광구(Photonsphere)라고 불러. 이론적으로 이 영역에 사람이 진입하게 되면 빛이
한 바퀴를 빙 돌아 자기 뒤통수에 도달하게 되어 우리는 우리 뒤통수를 볼 수 있게 돼. 블랙홀의 광구 안으로 들어가면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암흑만이
가득한 세계에 도달하게 될 거야. 물론 그전에 우리는 조석력에 의해 원자보다도 더 작은 단위까지 분해되어 산산조각나겠지.
우주에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말고도 다른것들이 있어.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이 있다면 회전하는 블랙홀도 존재하겠지? 바로 이러한 블랙홀이 회전블랙홀,
또는 이를 발견한 천문학자 로이 커(Roy Kerr)의 이름을 따서 커블랙홀이라고도 부르지. 커블랙홀은 말그대로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어. 이들은 블랙홀이
생기면서 갑자기 회전한 것이 아니라 블랙홀이 탄생하기 전의 별이 회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게 돼. 커다란 별은 그 자전주기가 최소 몇 달은 걸리지만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직경 10km남짓의 커 블랙홀은 회전속도가 초당 수천회에 이를 정도로 빠르지.(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안으로 모으면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랑 같아)
지구도 자전때문에 극쪽 반지름보다 적도 반지름이 더 큰 건 알고있지? 이 블랙홀도 마찬가지야. 엄청난 회전속도로 인해 블랙홀 자체도 원심력으로
회전축의 수직인 면이 부풀어져있는 형태야. 하지만 회전하지 않는 일반적인 블랙홀과는 달리 커 블랙홀은 사건지평선이 두 군데가 있어.
하나는 일반적인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나오는 경계면인 사건지평선이 있어. 또하나는 작용권이라고 불리우는 ergosphere가 있어. 이 에르고스피어는
블랙홀의 회전으로 나오는 부풀어진 적도팽대부로 보면 되는데,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사건지평선이라고 볼 수 있어. 이 사건지평선과 에르고스피어 사이의
공간은 정말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있어.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이 사이의 공간은 그 자체가 빛의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블랙홀의 안쪽으로
커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을 계산하여 만들어낸 컨셉아트.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와 닮아있다.
빨려들어가고 있지. 즉 우리와 관측가능한우주 지평선 사이의 공간팽창속도(빛의속도)보다 이 작은 블랙홀의 두 사건지평선 사이의 공간에서
공간이 빨려들어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보면 되는데, 이론적으로 탈출속도가 빛의속도가 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간 물체 역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여야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이 물체가 빛보다 빠른속도(즉 공간이 빨려들어가는 속도와 같은 속도)를 내야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르고스피어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 물체는 정지한 것처럼 보이진 않아.
하지만 이 에르고스피어의 경계면은 공간이 빛의속도로 끌려가기 때문에 물체가 빛의속도로 이동하고있다면 그 물체는 정지해있는것처럼 보이겠지.
혹시 '스윙바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 있니? 스윙바이는 '중력도움'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주로 행성간 여행을 할 때 쓰이는 항해기법이야.
행성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의 일부를 뺏어서 자기가 갖고있는 에너지에 더해 속도를 높이는 기법으로 현대 우주공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항법 중 하나이지.
커 블랙홀에서도 이러한 '스윙바이'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어. 얘네는 시공간 자체를 회전시켜버리기 때문에 회전하는 시공간 영역에서 본다면
이 블랙홀은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것처럼 보이겠지? 이렇게 블랙홀에 뛰어들어 에너지를 얻어 탈출하는 방법을 가리켜 '펜로즈 과정'이라고 불러.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주인공과 여주가 우주선을 블랙홀 안으로 보낸 다음 에너지를 얻어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오지? 바로 이 펜로즈 과정을
적용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어. 실제로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블랙홀도 태양 질량의 1억배가량 되는 커블랙홀로 설정했다고 해.
영화에서 주인공은 우주선을 블랙홀의 에르고스피어 안쪽까지 이동시킨 후 우주선의 일부분을 계속적으로 사출하고 가속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어
블랙홀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게 돼. 여기서 적용된 과학적 원리가 바로 펜로즈 과정이라는거지.
이렇게 블랙홀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에너지는 블랙홀 에너지의 약 29%정도인데, 이정도 뽑아쓰면 그 블랙홀은 더이상 회전하지 않고 멈춰버리지.
따라서 블랙홀도 경우에 따라서는 지평선 안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빠져나올 수 있게 되는거야. 물론 이는 이론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 하기 위해선
이러한 블랙홀을 찾아야하는것도 문제지만 과연 목숨을 담보로 그 실험에 참여할 지원자가 있을까?
커 블랙홀은 이외에도 신기한 점을 갖고 있는데, 커블랙홀의 특이점(블랙홀의 중심)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 같은 '점'이 아니라는거야.
그 자체로 회전하고있기 때문에 이 점은 길게 늘어져 마치 고리와 같은 모양을 형성하고 있어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만약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고리모양의 공간을 지날 수 있다면 우리는 시간여행이 가능할 거라고 믿고있어.
3. 블랙홀은 딱딱한 표면이 있다?
다른 천체처럼 블랙홀도 무언가 딱딱한 표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게이들이 종종 보이는데, 블랙홀은 중성자간 축퇴압이 붕괴하여 모든 물질이
하나의 점으로 무한히 압축되어가는 형태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밟을 수 있는 지표면이라는 개념자체가 블랙홀에서는 없다고 봐야지.
슈바르츠실트반지름 역시 블랙홀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천문학자들이 설정한 가상의 영역이야. 즉 엄밀히 말하면 블랙홀에 표면따위는 존재하지 않지만
편의상 슈바르츠실트반지름을 갖고 있는 구 형태로써 블랙홀의 모양을 결정하고 그 반지름 위의 영역을 우리는 표면이라고 불러.
4. 블랙홀의 사건에 지평선에 들어가면 우리는 소립자 단위까지 분해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일단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소립자 단위까지 갈갈이 찢겨져 분해될 거라고 해. 하지만 이 역시 항상 그런건아니야.
일반적인 블랙홀의 어마어마한 조석력(사람이라고 치면 머리끝과 발끝간 중력의 차이)은 단숨에 그 물체를 스파게티처럼 길게 늘여뜨리지.
하지만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의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블랙홀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영역은 커지게 돼. 그러나 중력의 경우
물체의 질량엔 비례하지만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블랙홀 사건지평선에서의 중력은 질량에 반비례하게 되지.
은하중심 블랙홀같은 초거대블랙홀의 사건지평선 위에 서있어도 우리는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은하중심의 블랙홀과 같이 그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배, 혹은 수십억배에 달하는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에서 우리는 약간 불쾌하더라도
(조석력이 없진 않기때문에) 평소와 같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다만 그곳에서의 탈출속도는 빛의속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밖으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외부에서는 역시 우리가 사건지평선의
경계면에서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생사여부를 알 길이 없게 돼.
하지만 이 고요한 상황도 잠시 뿐. 약 수 시간 후면 우리는 특이점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중심으로 가면 갈수록 중력은 엄청나게 강력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조석력을 버틸 수 없어 스파게티처럼 길게 늘어나다가 갈갈이 찢겨지게 되는 운명을 피할 수는 없을거야.
5. 블랙홀은 완전히 검다.
블랙홀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그래서 블랙홀은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것보다 까말 거라고해.
사실 이 문제는 블랙홀의 정보소실과 함께 '블랙홀 전쟁'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1970년대 천문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지.
블랙홀이 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떠한 전자기파를 내뿜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흑체복사에 의해 이는 블랙홀의 온도가 0K라는것과 직결돼.
하지만 스티븐호킹은 블랙홀 자체도 온도가 존재하며(질량에 반비례함) 온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흑체복사에 따라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되고
따라서 검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버려.(물론 가시광 영역대의 전자기파를 내뿜진 않기 때문에 여전히 검게 보이겠지?)
즉 블랙홀은 그 자체로 온도를 갖고있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내뿜고, 이는 검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