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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만력제의 조선 사랑

과정 2017. 10. 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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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통 민족 한족(漢族)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영광을 세우게 되었다.

 

주원장은 세력을 규합하여 남경에서 황제로 즉위했으며, 명 제국을 건국하였다.

 


 

임진왜란 전후 당시, 이 거대한 제국은 신종 만력제에 의해서 다스려지고 있었다.

 

만력제 초기에는 '만력중흥(萬曆中興)'이라고 하여, 제국의 정치적 내실을 다소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재상 장거정의 개혁 정치에 힘입어, 명은 잠시 활기를 띄웠다.

 

그러나 장거정이 죽자, 대명 제국은 그 활기를 잃게 되었다.

 

환관이 득세하였으며, 황제는 중국 역사상 그 유명한 '태정(怠政)'을 실시하게 되었다.

 

약 30년 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고, 조회에 참여하지 않아

 

신하들은 황제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급기야 황제의 얼굴을 잊어버렸다고 할 정도였다.

 

참고로 만력제는 무능하기 짝이 없었으며, F4 패러디의 황제 중 정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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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변경에서는 사방에서 이민족이 준동하였고, 만리장성도 더 이상 안전한 방벽은 되지 못하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통일하면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급변하게 되었다.

 

당시 조선 왕국은 선조가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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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통일된 일본의 역량은 조선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일본군은 조선 왕국을 공격하였고, 조선은 수도 한양이 함락되었다.

 

왕은 의주로 피란길에 떠났고, 명 제국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임진왜란(1592-1598)은 중국에서는 "만력조선역 or 항왜원조전쟁"이라고 한다.

 

참고로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은 북괴군을 도와 참전했는데, 중공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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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중국 명나라의 황제 만력제는 평상시와 다르게 신료들을 소집했다.

 

북경(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있는 4품 이상의 고급 관리는 대부분 소집되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였고, 신하들은 크게 긴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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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 제국 황제, 신종 만력제(별명 : 조선 황제)

 

조선에서 온 사신 유몽정은 흰옷을 입고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채, 황제 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천조국(天朝國 = 명나라)의 황제 폐하께오선, 저희 조선을 도와주시옵소서!

 

주상께오선 파천하시옵고, 국토가 왜적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나이다."

 

* 천조국 : 조선이 명을 일컫는 말("미국을 지칭하는 천조국과는 동음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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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용상에 높이 앉아서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명나라의 신하들은 황제의 굳은 표정을 보자, 긴장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때 입을 다물고 있었던 황제의 목소리가 넓다란 궁궐에 울려퍼졌다.

 

"석애경, 그대는 대명 제국의 병부상서(≒ 국방부 장관)이니,

 

이번 조선을 지원하고 왜적을 물리치는 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황제는 태정(30년 동안 파업)을 행하고,

 

모처럼 신하들을 소집해 진지하게 의견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함부로 말을 놀렸다가는 어찌 될 지 모르는 것이었다.

 

신하들도 말을 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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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대명 제국의 병부상서로서, 조선의 처지가 안타깝다 생각하옵니다.

 

왜적을 평정하는 일에 대해선 병부상서로서 책임을 가지고 있으나, 어찌 제 혼자 독단으로 의견을 내세우겠습니까?

 

신료들과 같이 논의하여 조선을 도울 수 있으면 돕고, 그렇지 못하면 돕지 못하는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황제는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매우 차가웠고 정적의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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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제국의 정사를 돌보지 않았던 황제였지만, 조선 문제에 있어서는 황제는 진지했다.

 

이어 황제가 발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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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짐이 너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서 발언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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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정적은 감돌았고, 숨도 내쉬기 어려운 정적 속에서 돌연 가슴을 찢는 울음소리가 제국의 황궁을 준동하고 있었다.

 

명나라의 신하들은 소리의 근원을 향해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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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조선에서 온 사신이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연달아 머리를 박고 오열했던 것이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고, 조선에서 온 사신은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다.

 

황제는 묵묵히 이 광경을 지켜보았고,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할 때, 바로 그때였다.

 

궁 밖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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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는 궁 밖에 특별히 설치한 '등문고'를 설치하였는데, 신하와 백성들이 긴급한 일이 있을 경우 대비하여 설치한 것이다.

 

황제는 얼굴색이 약간 변하며 말했다.

 

"누가 등문고를 두드리는가? 진구야, 네가 오문으로 나가 확인하거라."

 

어전 회의를 할 때 누군가가 등문고를 두드리다니, 보통 일은 아니었다.

 

진구는 긴장했고, 빠른 걸음으로 등문고 근처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때 2명의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혀를 빼내물고 있는 조선 관리를 끼고 들어왔다.

 

이를 본 명나라 신하 하평이라는 자는 대전 안으로 들어와 황제 앞에 머리를 박고 아뢰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조선 관리 1명이 등문고를 쳤습니다.

 

자칭 10만 왜적의 상황을 폐하에게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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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조선 관리는 병조시랑(≒ 국방부 차관) 정곤룡이었다.

 

정신을 간신히 차린 유몽정은 정곤룡을 보고 오열하였다.

 

"정... 정대인! 당신이 어떻게..."

 

정곤룡도 유몽정을 보고 대성통곡을 하였고, 명나라 신하들은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말리고자 했다.

 

그러나 만력 황제는 오른손을 들어서 바깥을 향하여 흔들었고, 신하들은 그 뜻을 알아채고 멈추었다.

 

황제는 조선의 사신과 관료들이 눈물을 흘리도록 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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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정은 정곤룡 앞으로 다가와 위로하였고, 정곤룡은 통곡을 잠시 멈추고 머리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조선의 죄신 정곤룡이, 본국대왕(선조)의 명을 받아 죽음을 무릅쓰고 천조 황제 폐하께 아뢰러 왔사옵니다.

 

무도한 왜적들이 창궐하여 우리 조선의 왕경(王京) 한성부가 함락되었사옵니다.

 

왕실과 백성이 도탄에 빠졌고, 본국대왕은 의주로 피난하였사옵니다.

 

하루빨리 천조의 군대를 보내어 지원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조선은 조만간 사직이 사라지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게 될 것이옵니다!"

 

유몽정은 정곤룡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소리쳤다.

 

"한성부(현 서울특별시)가 함락되었다구요?!!!"

 

유몽정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를 땅에 박고 기절했다.

 

정곤룡은 다시 한번 오열하는 목소리로 황제에게 간곡히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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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대왕(선조)께서 말씀하시길, 조선은 천조상국(명나라)의 아들이라 하셨나이다.

 

조선은 실로 천조대국의 충성심이 가득한 효자이고,

 

예로부터 천조국은 우리(조선)같은 변방 국가의 자애로운 부친이라고도 하셨나이다.

 

부디 효자인 조선을 붇돋워주십시오!"

 

병부시랑 정곤룡의 말에 명나라 신하들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만력 황제는 측은한 기색을 보이며, 신하들에게 조선의 사신들을 부축해 쉬도록 해주었다.

 

정곤룡은 "황제 폐하..."를 반복하며 오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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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말투를 신중하게 하며 조선을 위해 힘을 보태겠노라 하였다.

 

그러자 정곤룡은 대궐의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쾅쾅 찧었다.

 

대궐 바닥은 눈물로 흥건했고, 황제는 풍신수길(도요토미)을 늑대나 돼지처럼 비유하며 분개하였다.

 

명나라 신하들 역시 조선을 도와야 한다며 분개하였고 얼굴에 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 오버해서 흥분한 신하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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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제국 예부우시랑 유도명』

 

"폐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신은 1년치 녹봉을 왜적을 토벌하는 군수 자금으로 쓰도록 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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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하들이 거의 분개하여 조선을 도와야 한다고 할 때,

 

조지고(조애경)라는 신하가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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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쉽게, 그리고 함부로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구석진 번국... 변방의 조선을 위해 천조의 천명... 만명의 젊은이들이 죽어서야 가치가...

 

가치가 있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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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분노하였다.

 

"네 머리는 철추로도 떨어지지 않는 화강석 머리냐! 어찌 그리 고집스러운 것이야!!!

 

짐은 이미 조선을 돕기로 결정했다. 조선 8도는 모두 함락되었고, 왕궁은 불에 탔다.

 

짐으로서는 번국 조선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경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명 제국의 충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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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신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대명 제국의 충신들은 폐하와 한 마음이 되어, 번국 조선을 위해 환난을 함께 하겠사옵니다."

 

황제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일어서게 하였다.

 

조지고(조애경)는 급히 무릎을 꿇고는 눈을 몇번 깜박이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

 

"폐하... 노... 노신은 나약하고 강직하지 못하여... 위기에 닥쳐 적에게 겁을 먹었습니다.

 

폐하께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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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됐어 조애경. 그대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전쟁은 군국대사이며, 신중하지 않을 수 없고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소매를 휘둘러 신하들을 내려다보며) 짐의 뜻은 이미 결정되었다.

 

날짜를 택하여 조선으로 병력을 보내어 왜적을 평정하라!

 

짐은 대명 제국의 충신들과 함께

 

운주유악지중, 결승어천리지외(運籌帷幄之中, 決勝於千里之外) 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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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군은 조승훈의 5천 명을 필두로 평양성 공격에 군을 참전시켰으며,

 

병사들이 먹을 충분한 곡식을 조선으로 수송하였다.

 

그러나 조선의 도로 사정이 너무 열악하여 군량 수송에 차질이 생겼으며,

 

군량을 전선에 있는 병사가 아닌, 수송 부대가 먹어치우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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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에서 운송해 온 쌀 13만 석이 조선의 국경에 쌓여있으니 모두 징발하여 밤낮없이 운반하는 것이 최상의 계책입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그 말이 옳다. 그러나 '운반할 수 없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明史

 

식량은 충분했지만, 보급의 열악한 상황과 여건 등으로 오히려 문제가 생기게 되었고,

 

곳곳에서 명나라군의 약탈로 인해 조선 백성들은 쌀을 빼앗기는 지경에 달하였다.

 

명나라군은 철수할 때, 운반하지 못했던 군량 10만 석을 조선에게 주었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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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군의 참전으로 홀로 싸워왔던 조선군은 사기가 크게 진작되었다.

 

명나라는 조선 파병에 800만 냥의 재정이 소비되었으며, 만력 3대정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만력 3대정 : 만력 황제 동안 3개의 큰 원정

 

무엇보다도 명나라는 조선을 위해서가 아닌,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 임진왜란 파병에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조선이 일본에게 점령당하면 전장은 명나라 땅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명나라 입장에서도 전장을 조선에 국한시키기 위해서라도, 참전에 있어선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다.

 

명나라군의 횡포와 약탈, 여러 삽질도 존재했지만, 전체적인 전황 역전에 있어서 적잖은 도움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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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금까지 짱깨국 명나라 F4 중 하나인 만력제의 조선 사랑.

 

후대의 중국인들이 만력제의 조선 사랑을 보고 '고려의 천자, 조선의 황제'라고 했을 정도이니.

 

본국인 명나라보다 조선에 더 관심을 가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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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만드느라 세금을 낭비하는 등 아무튼 삽질도 많이 벌이신 양반.

 

명나라 멸망을 만력제 혼자의 삽질로 단정짓는 것은 엄청난 무리지만,

 

아무튼 명나라 '쇠퇴'에 일조하신 조선 덕후 짱깨.

 

<3줄 요약>

 

1. 짱깨국 명나라에는 조선 덕후 만력제가 있다.

2. 근데 본국인 명나라보다 조선을 더 좋아하셨다.

3. 중국인 학자들은 그를 '고려의 천자, 조선의 황제'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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