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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창의력을 높이는 장애물

과정 2017. 10. 28. 12:30

http://wired.jp/2011/11/22/%E3%80%8C%E5%88%B6%E9%99%90%E3%80%8D%E3%81%8C%E5%89%B5%E9%80%A0%E6%80%A7%E3%82%92%E9%AB%98%E3%82%81%E3%82%8B%E7%90%86%E7%94%B1/1/


퍼즐을 풀 때 「장애물」이 있는 편이 사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높혀주고 발상을 확대해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인간의 창조성에 대해서는 많은 역설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제한이 존재할 수록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상상력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진정한 창조적 프로세스는 엄밀히 약속된 사항이나 형식적인 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아마 '시'일 것이다. 얼핏 보면 시는 문맥이나 문법에 따를 필요는 없어서 보통 문장보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대부분의 시인은 기존의 시의 형식을 존중한다.   하이쿠나 소네트 [14행 시]나 세스텟[16행 시]  등을 생각해보자. 시인은 자유롭게 시를 짓기보다는 구조적인 조건에 따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Th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암스테르담 대학의 자니나 맬거크 팀의 연구는 흥미로운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장애물이 있어야 인간의 정신적인 시야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장애물은 중간에 눈 앞의 문제에서 도망칠 기분을 일으킬 정도가 아닌 이상, 인간에게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더욱 전체적으로 게슈탈트적인 처리 방법을 취하도록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 인간은 사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얼핏 보면 관련이 없는 정보를 관념적으로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첫 실험에서는 학생 25명에게 애너그램(철자 순서 바꾸기)을 사용한 일련의 퍼즐을 풀게 했다. 절반의 학생에게는 「장애물」이 있는 상황(애너그램과 관련없는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려주기)을 부과했다. 그 후 모든 학생들에게 인지 테스트를 실시하여 전체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사고를 하고 있는지, 부분적으로 파악하는 사고를 하고 있는가를 평가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소리'라는 장애물을 부여한 피험자 쪽이 전체적인 시각적 타겟에 대한 반응이 우수했다. 즉 그들은 세밀한 부분보다도 전체에 주의를 기울였다. 


예를 들어 「네이본(Navon) 과제」라 불리는 다음의 그림을 보여 주고 어떤 글자가 포함되어 있는가의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자동으로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E」, 「S」, 「H」, 「A」라고 읽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서 사전에 장애물을 부과하지 않았던 피험자들은 이들 그림을 「A」, 「H」, 「S」, 「E」라고 읽어 개개의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변화를 「시각적 시야」의 확산이라고 부르고, 장애물의 존재가 피험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또한 장애물은 시각적인 시야를 확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념적인 시야도 넓힌다. 실제로 애너그램을 푸는 문제, 랜덤한 숫자를 읽어주는 불쾌한 장애를 부과한 피험자들은 개념적인 분류를 유연하게 이용하는 능력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전화는 보통, 가전기기나 커뮤니케이션기기로만 파악되지만 장애조건을 부과한 피험자들은 전화의 개념을 더욱 넓게 생각하여 「가구의 일종」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연성은 인간이 새로운 개념을 생각할 때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경우 사람은 친숙한 사고의 경계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은 컴퓨터 미로게임을 했다. 일부 피험자가 플레이한 게임은 장애물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미로를 빠져나오는 길을 발견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그 후 피실험자들은 창조성의 표준적인 척도로 알려진「원격성 연상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보면 예를 들어 「질투」, 「골프」, 「콩  등 화면에 3개의 단어가 표시되고 피험자는 이들 모두를 연결하는 4번째 단어를 답해야 한다. 이 문제의 경우는 「녹색」이다. [영어에는 「green with envy(질투하다, 부러워하다)」 등의 표현이 있다]


흥미롭게도 사전에 장애물 상황에 놓였던 피험자는 그렇지 않은 피험자에 비해서 원격성 연상 문제의 정답률이 40% 높았다. 장애물 덕분에 그들은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주는 교훈은, 뇌란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가진 신경의 집합체이며 인간은 사실「어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택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효율성을 중시하면 창조성이 희생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산문적으로 생각하며 상징적, 시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 간단히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부딪치고 나서야 인지의 연결고리가 부드러워진다. 그에 따라 무의식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면서 보통 때는 생각할 수 없는 연결에 도달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시의 형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소네트라는 형식이 존재하는 덕분에 더욱 더 전체적인 사고가 펼쳐지고 평범한 연상을 뛰어넘는 오리지널한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정확히 3음절로 운을 다는 단어를 찾거나 약강격에 맞는 형용사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시인은 예상 밖의 모든 연상을 할 수 있다.  


폴 발레리의 말 처럼「예술이 고유하게 갖춘 제한으로 인해 상상이 무디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을 때 인간은 시인이 된다」. 그들은 속박 속으로 뛰어들어 속박을 초월하는 것이다. 


「예술은 제한 속에 태어난다. 그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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