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과학

공간이동

과정 2017. 10. 31. 08:58
0. 들어가며1.JPG
만약 공간이동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현대문명과 국가의 운명은 송두리째 달라질거야.
무엇보다도, 공간이동은 전쟁의 규칙을 크게 바꿔놓을 거고 따라서 아군의 병력을 적진의 후방으로 전송하여 급습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군의 지휘관을 공간이동시켜서 납치도 가능해지겠지. 그리고 자동차, 선박, 비행기, 기차 등 현재 운용되고 있는 모든 운송수단과 이와 관련된 산업들은 다 사라질거야. 유물이 되겠지.

또한, 매일 출근길과 퇴근길의 지옥을 맛 보지 않아도 되고 동네 마트에서 일일이 물건을 사러 갈 일도 없겠지. 그리고 세계 어디든지 휴가를 갈 수도 있어. 어학 연수도 이제 공짜로 갈 수 있겠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겠고. 은행 금고 속으로 공간이동 한다는 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어.
_3531040197_1TnMbkAx_Portal2.jpg
사실 인류는 공간이동에 대해 많은 꿈을 꾸었고 그걸 책이나 영화로 표현하곤 했지. 성경, 소설, 영화 등. 그 중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도 공간이동에 심취한 작가였어. 그래서 그는 <셜록 홈즈> 시리즈에 염증을 느껴서 나머지 소설에서 주인공을 죽여버렸지. <마지막 사건>편에서 셜록 홈즈가 그의 정적인 모라이어티 교수와 함께 폭포에서 떨어져 죽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어. 그런데 셜록 홈즈에 심취해 있던 팬들이 갑자기 죽어버리고 끝이 나니까 화나서 항의하자 다시 주인공을 되살릴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그는 셜록 홈즈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챌린저 교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이 챌린저 교수는 홈즈와 비슷하지만 홈즈는 논리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해. 그러나 챌린저 교수는 공간이동이 난무하는 암흑의 세계를 추적하는 것이 주특기지. 예를 들자면 <파쇄 기계Disintegration Machi-ne>에서 챌린저 교수는 사람을 분해한 후 다른 장소에서 재조립하는 기계를 발명한 한 남자를 알게 돼. 근데 이게 도시 단위까지 분해 할 수 있다보니 이걸 발명한 남자를 파쇄 기계에 넣고 분해한 뒤 재조립 하지 않아.

또한, 스타트랙도 있는데 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한다면 다 알거야. 근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당시 공간이동을 도입한 시절에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해서(누군가를 공간이동 시키려면 그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했다고 생각했어), 과학자들의 비평을 무시할 수 없었던 <스타트랙>의 제작진은 궁리 끝에 '하이젠베르크 보정기Heisenberg Compensator'라는 도구를 공간이동에 도입하여 양자역학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말지.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 과학자들의 비평이 틀린거지.

이렇게 사람들은 공간이동을 꿈 꿨지. 그런데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단 말이야.

1. 공간이동과 양자이론

뉴턴의 고전역학이론에 의하면 공간이동은 명백히 불가능해. 뉴턴의 물리학은 모든 물체가 작고 단단한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 어떤 물체이건 간에,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속도가 변하지 않으며, 물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것도 결코 있을 수 없능 리이지.

그러나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뉴턴의 물리학은 근 250년 동안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을 지배해오다가, 1925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에르빈 슈뢰딩거를 비롯한 양자역학의 창시자들에게 권좌를 물려줘야만 했어. 이건 혁명이야. 현대 물리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가 뉴턴의 물리학인데 이것이 바뀐거지. 아무튼 이들은 원자의 기이한 성질을 연구하던 중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고, 이로부터 원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어. 이 무렵에 일어났던 물리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리켜 '양자도약quantum leap'라고 해.

양자역학과 가장 인연이 깊었던 사람은 에르빈 슈뢰딩거야. 전편에도 썼겠지만 그가 유도한 '슈뢰딩거 파동방정식Schrödinger wave equation'은 모든 입자들의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방정식으로서, 지금도 물리학과 화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어. 전 세계의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은 아마 이 방정식과 씨름하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으며, 물리학과 도서관에는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의 해와 그 의미를 해설해놓은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 원리적으로는 화학도 슈뢰딩거의 방정식에 기초한 학문이라 할 수 있어.
schrodinger.jpg 
<Erwin Schrödinger>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와 관련된 논문을 통해 "지난 세월 동안 파동으로 간주되어왔던 빛이 입자적 성질을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어. 빛을 '광자photon'라 불리는 에너지 덩어리로 간주하면 빛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지. 그런데 1920년에 슈뢰딩거는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 즉, 전자와 같은 입자들이 파동적 성질을 갖고 있다는 거야. 이 사실을 처음 지적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ile였는데, 그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노벨상을 받았어. 이 사실의 예를 들자면 TV 회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극선관 속에는 다량의 전자가 들어 있는데, 이들이 오직 입자적 성질만 갖고 있다면 작은 구멍을 통과한 후 TV 스크린에 도달했을 때 작은 반점이 찍힐 거야. 그러나 실제로는 작은 동심원 모양의 흔적이 남아. 전자가 파동적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없어.

어느 날, 슈뢰딩거는 물리학자들을 모아놓고 입자의 파동성을 설명하다가 동료인 피터 디바이Peter Debye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어. "전자가 정말로 파동성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어떤 파동방정식을 만족하는가?"

뉴턴이 미적분학 체계를 완성한 후로 물리학자들은 파동의 행동 양식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었어. 그래서 슈뢰딩거는 디바이의 질문을 받은 후로 전자의 파동성을 서술하는 파동방정식을 유도하기로 마음먹었지. 그러곤 휴가를 떠났고 돌아왔을 무렵 그 유명한 파동방정식이 완성되어 있었던 거야. 19세기 중반에 맥스웰이 패러데이의 역장 개념을 도입하여 빛의 행동양식을 서술하는 맥스웰방정식을 유도 했던 것처럼, 슈뢰딩거는 드브로이의 물질파 개념에서 출발하여 전자의 파동성을 서술하는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유도해낸거지.

어느 날, 슈뢰딩거는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원자에 자신의 방정식을 적용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 이전의 물리학자들이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알아낸 수소원자의 다양한 에너지 준위가 자신의 파동방정식으로 완벽하게 재현된 거야. 또한 그는 닐스 보어가 제안했던 원자모형이 틀렸다는 것도 알아냈어.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상당히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야.
원자 구조의 역사.jpg
슈뢰딩거의 발견은 전 세계 물리학계에 충격을 주었어. 갑자기 물리학자들은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전자의 궤도를 구성하는 파동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실험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에너지준위를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지.

그런데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하나가 있어. 전자가 파동으로 서술된다면, 대체 무엇이 파동 치며 나아간다는 말인가? 이 질문에 처음으로 답을 제시한 사람은 막스 본Max Born이야. 그는 파동의 주체가 '확률probability'이라고 생각했어. 이 확률파동은 임의의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말해줘. 다시 말해서, 전자는 입자임이 분명하지만 그 전자가 발견될 확률은 슈뢰딩거의 파동으로 주어진다는 거야. 특정 지점에서 파동 값이 크다는 것은 그 지점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지. 전에 오비탈 말했지?
PO-1.jpg

여길 보면 이 푸른색 부분이 전자가 있을 확률이라는거야. 물론 꼭 이 푸른색 범위 안에만 있는게 아니고 90%정도라고 보면 돼.

아무튼, 양자혁명이 물리학계를 강타한 후 '확률'의 개념이 물리학의 중앙 무대로 등장하게 되었어.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에 물리학자들은 입자와 행성, 혜성, 대포알 등 움직이는 물체의 궤적을 아무런 오차 없이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다고 믿었지.

자연계에 내재하는 불확정성은 하이젠베레크의 불확정성원리를 통해 확고한 진리로 자리잡게 돼. 이 원리에 의하면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어. 또는 전자의 에너지를 주어진 시간 안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어. 양자세계에서는 과거에 상식으로 통하던 기본법칙들이 전혀 맞지 않아. 전자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서 갑자기 나탈 수 있으며, 하나의 전자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야.

여담으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기초물리학의 확률개념이 도입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어. 아인슈타인은 " 양자역학이 훌륭한 이롬임은 인정하지만, 궁극의 이론은 아니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동안 양자역학이 내놓은 수많은 결과들이 실험과 일치하고는 있으나, 창조의 비밀을 밝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조물주가 주사위 놀음따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표현했지.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은 가히 혁명적이었고 논쟁의 여지가 다분했지만, 어쨌거나 그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어. 물리학자들은 불확정성원리 덕분에 화학법칙을 비롯한 수많은 수수께끼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었지. 예를 들면 원자가 갑자기 분해되었다가 벽 건너편에서 재조립되어 나타날 확률은 과연 있을까? 뉴턴의 고전역학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해. 그런데 확률이 너무 낮아서 실제로 이런 광경을 목격하려면 우주의 나이만큼 기다려야 하지. 우리 몸의 슈뢰딩거 파동을 컴퓨터로 계산해보면 몸의 특징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면서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이 얻어지는데, 이들 중 일부는 멀리 떨어진 별까지 퍼져나가기도 해. 따라서 밤에 집에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다른 별에서 깨어날 확률은 아주 작긴 하지만 0이 아니야. 기대는 하지 말아야겠지.

전자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화학의 기초원리이기도 해. 다들 알다시피 전자는 태양계의 행성들처럼 원자핵 주변을 빠른 속도로 돌고 있어. 그러나 태양계 모형과 실제 원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우주공간에서 두 개의 태양계가 충돌한다면 모든 질서가 붕괴되면서 행성들은 머나먼 우주로 흩어질거야. 그러나 두 개의 원자가 충돌하면 안정적인 분자가 형성되면서 전자를 공유하게 돼. 한 원자와 이웃한 원자의 경계 부근에서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면서 결합상태를 유지해주지. 다시 말하면,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는 전자 덕분에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양자역학이 없다면 우리 몸은 당장 소립자 단위로 분해되겠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기이한 사건이라도 해도 발생확률이 엄연히 존재해. 가까운 별로 이동하고 싶으면 "당신의 몸이 분해된 후 그 별에서 재조립될 확률"을 높이면 돼. 이건 정말 간단명료하고 환상적인 아이디어지. 이것이 바로 공간이동이야.

양자점프는 원자세계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을 인간의 몸과 같이 수조 곱하기 수조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거시적 물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없어. 우리 몸속의 전자들도 점프하고 춤추면서 원자핵 주면을 어지럽게 돌고는 있으나, 개수가 너무 많아서 전체적으로 평균을 내면 양자적 효과가 거의 사라져. 대충 말하자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거시적인 세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거야.

공간이동은 원자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거시적 물체가 자연적으로 공간이동하는 광경을 목격하려면 정말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해. 그렇다면 양자역학의 법칙을 이용하여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덩치가 큰 물체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공간이동시킬 수는 없을까? 답은 가능해.

-
다음엔 EPR실험이나  BEC를 이용한 공간이동인데 이게 조금 어렵거든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조금 어려울거야.
오늘은 조금 짧게 썼어.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어.
저번에 하도 어렵다고 하길래. ...말 인용을 조금 했어. 고등학교만 나온다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거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