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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육체적으로 고된 삶을 유지하는 전통적 수렵-채집인들에 관한 연구는 이들이 현대인과 비교해 같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소모량이 매우 일정하다는 발견은 인간이 가진 큰 두뇌 등과 함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인간의 특징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우리는 다른 영장류들보다는 훨씬 많은 칼로리를 소모합니다. 우리의 결과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모순을 설명해 줍니다.
왜 보통 운동으로 살을 빼는 시도가 실패하는가 하는 것과 어떻게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진화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진화와 생태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종종 인간의 에너지 소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에너지야말로 생물학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체의 신진대사는 많은 사실을 말해줍니다.
생명이란 사실 에너지를 자식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생명체의 모든 특질은 소모하는 칼로리 대비 진화적 이득을 최대화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정제됩니다. 이상적인 경우, 생물은 자신이 진화된 환경, 곧 자신을 만든 생태학적 압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인간은 자연에서 직접 음식을 구하던 행위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인간과 그 조상들은 수렵-채집 생활을 해왔습니다. 농사를 시작한 것은 겨우 1만 년 전이며 산업혁명과 근대화를 경험한 것은 몇 세대에 불과합니다.
공중 보건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해온 이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수렵-채집 조상들이 오늘날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을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자의 하루를 볼 때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칼로리 소모량 차이에 의해 여유분의 칼로리가 지방으로 쌓이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에서 유행병처럼 번지는 비만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수렵 채집 민족인 하자족을 연구하는 이유 중에도 이들의 에너지 소모를 측정하고 우리 현대인과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더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오늘날 현대인과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를 보내왔습니다.
하자족 남성은 하루 2,600칼로리를 사용했고, 하자족 여성은 하루 1,900 칼로리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성인과 같은 수치입니다. 우리는 신체의 크기, 지방의 비율, 연령, 성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이 결과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초기 과테말라, 감비아, 볼리비아 등지의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이중표식수법 연구는 그들의 에너지 소모가 오늘날 도시 거주자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시카고 로욜라대학의 에이미 루크는 2008년 발표한 연구에서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카고의 흑인 여성과 나이지리아 시골 여성 사이의 활동량과 에너지 소모를 비교했습니다. 그녀 역시 두 집단의 활동량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로욜라 대학의 라라 듀가스는 선진국과 미개발 국가의 에너지 소모를 비교한 98개 연구결과를 종합해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만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종은 아닙니다. 하즈다 연구 이후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원숭이, 유인원, 레무르스 등을 포함한 영장류의 에너지 소모를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실험실의 영장류와 야생의 영장류가 거의 동일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013년 호주의 연구자들 역시 양과 캥거루에 관한 연구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5년 중국의 연구팀은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와 야생의 판다가 같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종일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사람은 적당히 활동적인,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그런 사람에 비해 하루 200칼로리를 덜 소모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가장 활동적인 사람들의 칼로리 소모량과 적당히 활동적인 사람들의 칼로리 소모량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하자족의 연구 결과와 역시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신체는 어떻게 이런 고강도 활동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자족은 야외 활동으로 수백 칼로리를 더 쓰는데도 하루 총 칼로리 소모량은 미국이나 유럽의 사무직 노동자와 같은 것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자족이 1마일을 걸을 때 소모하는 칼로리와 미국인이 1마일을 걸을 때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은 같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강도 활동을 하는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건, 예를 들어 서 있는 대신 앉아 있거나, 잠을 더 달게 자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절약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신체가 활동 외에 사용되는 숨은 에너지 소모를 줄임으로써 이를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숨은 에너지 소모에는 세포와 장기를 관리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은 종종 면역시스템이나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이 관여하는 염증 반응을 감소시킵니다. 실험실의 동물에게 더 많은 운동을 시켰을 때, 이들의 에너지 소모량은 변하지 않았지만, 배란 주기가 감소했고 조직의 재생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운동을 극도로 많이 시키자 어떤 동물들은 자신의 새끼를 먹었습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은 일일 에너지 소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어떤 내부 전략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증거는 비만의 원인이 게으름이 아니라 탐식임을 알려줍니다. 자신이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이 섭취할 경우 우리는 살이 찌게 됩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일일 에너지 소모량이 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유행하는 비만의 원인은 바로 칼로리 섭취의 증가입니다. 이는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나쁜 식습관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식이요법이 동반되지 않은 운동은 극히 비효율적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왜 운동이 체중감소에 좋지 않은 방법인지를 말해줍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운동은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헬스장에 가지 않으려는 분들에게 핑곗거리를 주려고 쓴 것이 아닙니다. 운동의 이점은 셀 수 없이 많이 밝혀져 있습니다. 심장을 건강하게 하고 면역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며, 뇌를 활발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늙도록 만들어줍니다. 나는 사실 위의 신진대사량 적응현상 때문에 운동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즉, 염증 반응처럼 너무 강해지면 부정적인 효과가 생기는 일에서 운동이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에 건강해질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만성 염증은 심혈관 질환 및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당연히 우리의 건강과 관계가 있습니다. 운동과 동시에 식습관을 변화시킬 때 우리는 원하는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건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식습관과 운동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다른 도구임을 알려줍니다. 운동은 활력을 가지고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인 반면, 다이어트는 체중을 관리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신진대사 적응에 관한 발견들이 운동과 비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을 밝혀주었음에도, 왜 우리의 칼로리 소모량이 고정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아직 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우리의 에너지 소모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과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전혀 다르게 진화한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생명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어떤 특질에 더 많은 자원을 쓴다는 것은 다른 특질에 더 적은 자원을 쓰는 일이 됩니다. 토끼는 엄청나게 많은 새끼를 낳지만, 오래 살지 못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자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신체를 관리하고 오래 유지하는 데 쓸 에너지는 남지 않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커다란 이빨이 있는 큰 머리와 강력한 뒷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은 팔과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룡조차도 모든 것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연구 결과, 인간은 그 어떤 영장류보다도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습니다. 체격과 활동량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해도 인간은 다른 침팬지와 보노보보다 약 400칼로리를 더 소모했습니다. 고릴라와 오랑우탄과의 차이는 더 컸습니다. 큰 두뇌를 유지하기 위해, 아기를 더 많이 낳기 위해, 그리고 더 오래 살도록 신체를 관리하는 목적으로 인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저 우리가 다른 영장류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당장 사용하지 않을 에너지는 비만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인간은 세포 레벨에서 이미 다른 영장류에 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진화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우리의 소화관은 식물의 섬유질을 소화하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짧고 에너지를 적게 소모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핵심적인 변화는 우리의 신진대사 엔진의 진화 때문입니다.
인류는 기아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또한 찾아냈습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요리를 통해 음식의 열량을 높이고 소화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종입니다. 우리는 불을 이용해 고구마나 하자족의 뿌리식물처럼 먹기 힘든 음식을 녹말 덩어리로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뚱뚱해질 수 있습니다. 서구의 사람들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도 날씬한 하자족의 성인들조차도 동물원에서 빈둥거리는 침팬지보다 지방이 두 배 더 많습니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방을 저장하는 이런 능력은 우리의 빠른 신진대사와 함께 어려운 시기의 에너지 버퍼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